싱가포르 카시비스와나탄 샨무감 내무·법무장관이 3월 3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마이크로칩이 내장된 미국산 서버와 관련해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한 정보를 미국 측에 요청했다.
앞서 싱가포르 당국은 중국인이 포함된 세 명의 남성을 체포하고 사기와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했다.
샨무감 장관은 “이 사건은 엔비디아 칩이 내장된 델과 슈퍼마이크로 두 회사의 서버가 싱가포르로 들어온 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이동한 것과 관련이 있다. 문제는 말레이시아가 최종 목적지였는지, 아니면 말레이시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지인데, 현시점에서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다만 서버의 최종 목적지에 대해 허위 진술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당국은 해당 서버들이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 부품을 포함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샨무감 장관은 문제가 된 서버가 미국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수사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로부터도 협조받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들에게 싱가포르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 시작된 첩보가 체포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기 사건의 세부 사항에 대해 질문을 받자, 그는 단지 싱가포르 당국에 ‘서버의 최종 목적지에 관한 부정확한 신고’가 이뤄졌으며, 이는 사기에 해당한다고만 밝혔다.
미국은 중국공산당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고 군사력을 현대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강화해 왔다.
지난해 12월 2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여러 조치를 발표하며 24종의 반도체 제조 장비와 그 생산에 사용되는 3가지 범주의 도구에 대한 통제를 확대했다.
다음 날, 중국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의 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는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 통제에서 미국을 특정 대상으로 지목한 첫 사례로, 다른 국가들이 이러한 광물을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중용도’ 품목의 미군 수출도 금지했다.
일주일 후인 12월 9일, 중국의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엔비디아가 중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으로의 칩 수출 금지로 인해 중국 칩 제조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는 앞서, 미국이 1월에 AI 모델 성능으로 기술계를 놀라게 한 중국 기업 딥시크(DeepSeek)가 중국으로 선적이 허용되지 않는 미국 칩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로이터는 지난해 중국 대학과 연구소들이 델, 슈퍼마이크로, 대만의 기가바이트 테크놀로지가 제조한 서버 제품에 내장된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을 입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엔비디아의 증권거래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미국에 이어 엔비디아의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최근 회계연도 총수익의 18%를 차지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