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개막, 시진핑은 사전 회의서 ‘안전’만 22번 강조…“불안감”

강우찬
2025년 03월 04일 오후 12:04 업데이트: 2025년 03월 04일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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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인대, 정협)가 오늘(4일) 개막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중공 지도부)와 군이 연이어 이례적이 움직임을 보였다. 시진핑 중공 총서기가 직접 “정권 안전(안보)”을 강조하는 등 당 지도부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회는 중국에서 매년 3월 초 개막해 일주일 정도 진행되는 정치행사다. 국정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가 먼저 열리고, 다음 날 국민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개막한다.

중공은 전인대를 ‘의회 격’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이 대회는 사실상 중공의 결정 사항을 확인만 하는 자리라 세부 의결 내용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다만, 전인대 개막 당일 예정된 국무원 총리(현재 리창)의 ‘정부업무보고’는 중공 당국의 올해 정책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국무원은 각종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침체한 경제를 되살리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놨었다. 중국 안팎에서는 국무원이 이번에 대규모 부양책을 추가로 내놓을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0% 관세에 따른 대응책도 관심거리다.

시진핑, ‘정부업무보고’ 검토 회의서 ‘안전’ 거듭 발언

이번 양회에 앞서 지난달 28일 중공 지도부인 중앙정치국은 시진핑 총서기 주재로 회의를 열고 ‘정부업무보고’ 초안에 대해 토론했다. 국무원이 전인대에 심의를 요청하기에 앞서, 상급 기관인 중공 중앙정치국이 검토하는 절차였다.

한국으로 치면 정부가 국회에 업무보고를 하기 전, 집권 여당 지도부가 업무보고 초안을 토론하고 최종안을 확정 지은 셈이다. 공산당과 정부가 일체를 이루고, 공산당 지도부가 중국 사회의 모든 것을 이끄는 공산주의 체제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회의에서 시진핑은 ‘정권 안전(安全)’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안전’을 무려 22차례 언급했다. 중국에서 안전은 한국에서 말하는 안보의 개념까지 함께 아우르는 표현이다. 시진핑은 “각종 위험을 방지하고 해소하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정치적 안전과 함께 국가 체제, 이념, 인공지능 및 사이버 안보 강화를 주문했다.

중화권에서는 이를 중공 체제가 전방위적인 위기에 직면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시사 평론가 리옌밍(李燕銘)은 “최근 경제 둔화, 사회적 불만 증가, 국제적 고립 심화 속에서 중공 정권이 급격한 내부 붕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비상사태 대응계획 발표…내부 불안감 반영

지난달 25일, 중공 중앙정치국과 국무원은 새로운 ‘국가 비상사태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이 문건은 자연재해, 사고재난, 공중보건사건, 사회안전사건 등 돌발 사건에 대한 긴급 대처 방안을 담고 있다.

이번 비상사태 대응계획은 2005년 버전을 폐기하고 새롭게 발표한 것으로, 이전 계획과 비교하면 사회안전사건을 강조하면서 특히 대규모 시위와 금융 불안을 포함한 전방위적 위협에 대비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침체 속에서 중국 내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축적된 불만 여론이 정치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중공 지도부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중공, 군 고위 장성 통제 강화…물자 비축 움직임

인민해방군 역시 최근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월 8일부터 21일까지, 중공 중앙군사위원회는 고위 장성들에 대한 사상 교육 강화를 지시하고, 군사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엄격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3월 1일부터 시행한 ‘인터넷 군사정보 관리 규정’에서는 시진핑 사상을 반영한 공식 발표 외에는 모든 온라인 군사 정보 유출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한, 군 내부의 감사, 사법 및 감찰 관련 사항의 외부 유출도 엄격히 제한했다.

이러한 조치는 군 내부의 반발과 권력 투쟁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이후 시진핑이 직접 발탁한 중공 로켓군 및 군수 시스템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숙청되면서 시진핑의 군 장악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견해가 중화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물자 비축도 단순한 자연재해 대비 이상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잇달아 강진이 발생하며 사회적 불안이 증폭됐다. 지난 1~3월 티베트, 칭하이, 쓰촨 등 여러 지역에서 규모 3.0~6.8에 달하는 지진이 계속 발생했다.

이에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달 초 쓰촨, 윈난 등 9개 성에서 비상 물자 비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자연재해 대비뿐만 아니라, 대규모 사회 불안과 시위 사태를 대비하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시진핑, 권력 위기 속 정권 유지에 사활

지난해 7월, 9개월이나 미뤄지다가 열린 중공 3중전회 이후, 중국 안팎에서는 시진핑의 건강 이상설과 권력 투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 고위층, 군부 고위층 내부 갈등이 심화하면서, 시진핑의 통치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가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거듭한 숙청과 때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복귀에 따른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강화로 인해 중공과 군부 기득권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2025년이 시진핑 체제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베이징 지도부 내부에서는 시진핑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경제 위기와 민심 이반, 국제 사회의 외교적 압력이 겹치면서 정권의 불안정성은 커지고 있다.

리옌밍은 “사회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2022년 제로 코로나 당시 촉발된 백지 시위와 시진핑 퇴진 요구 같은 군중 운동이 다시 촉발될 경우 당내 반(反)시진핑 기류와 맞물려 중국 정국이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