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젠더 이념 삭제’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답변_오세라비 작가
진보 정당 활동을 거쳐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한국식 페미니즘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이유(공저)’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공저)’ ‘성인지 감수성 트러블(공저)’ 등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미국 사회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강한 보수주의, 정통 보수주의 부활입니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의 시스템은 수십 년간 뿌리내린 좌편향 분위기로 정체성 정치,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젠더 이데올로기, 워키즘(wokeism),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어젠다가 최근까지 정점에 달했습니다. 1980년대 공화당 레이건 대통령 재임 동안 새로운 보수주의 시대를 열었으나, 1990년대 들어 미국 사회는 전 세계 좌파 어젠다를 생산하는 본거지가 돼 오늘날에 이르렀죠.”
“트럼프는 레이건 대통령의 ‘인사가 정책이다’ 기조를 이어받아 취임 즉시 보수주의 비전과 일치하는 내각 구성원을 배치했고, 이와 함께 준비된 300개 이상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취임 당일 파리기후 변화협정 재탈퇴 행정명령 서명,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통보, 미국 대통령 선거 최대 쟁점인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위한 단속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정통 보수주의가 부활하면 미국을 구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 2기 행정부 미션은 건국 국부들의 지혜와 애국심을 토대로 보수적 운동이 공화국을 구하는 열쇠임을 강조합니다. 1960년대 말부터 미국을 삼킨 신좌파 혁명은 안토니오 그람시의 문화적 마르크스주의가 ‘체제 내 장정’을 통해 각 기관으로 침투해 성공적으로 이뤄졌어요. 미국 독립선언문 정신인 자유의 축복과 개인적 권리는 위협받고 주류가 된 좌파 엘리트 집단은 미국을 쇠퇴로 몰고 갔고요. 미국의 위기는 곧 세계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헤리티지 재단은 트럼프 2기 정책 지침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으로, 1981년 레이건 대통령 집권 당시부터 ‘리더십의 사명’ 타이틀로 집권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레이건 집권 후 헤리티지 재단에서 제시한 권고사항의 60% 이상이 정책으로 채택됐죠. 헤리티지 재단은 트럼프 2기 집권을 준비하며 ‘프로젝트 2025-보수의 약속’ 타이틀로 정책 보고서를 출간했고, 트럼프는 헤리티지 재단의 정책 제안 중 거의 3분의 2를 수용했습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보수적 핵심 원칙인 기업의 자유, 작은 정부, 개인의 자유,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 강력한 국가 방위의 전통을 이어받았으며, 특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국방 정책으로 중국공산당(CCP)의 위협을 물리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헤리티지 재단 프로젝트 2025에서도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나 공정한 경쟁자가 아닌, 미국 전체의 적’으로 규정했죠. 트럼프 2기는 미국을 구할 마지막 기회임을 강조합니다.”
-‘헤리티지 재단 프로젝트 2025’의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요?
“우선 ‘가족 문제’를 명시했습니다. 오늘날 위기에 처한 가족 문제를 전통적이고 좁은 정의에서 훨씬 더 나아가 가족의 안정에 대한 모든 위협에 맞설 것임을 강조합니다. 프로젝트 2025의 첫 번째 약속이 ‘가족을 미국 생활의 중심으로 회복하고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겠습니다’ 입니다. ‘가족의 회복’을 첫 의제로 내세운 건 그만큼 오늘날 미국의 가족이 위기라는 겁니다. 이는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고요.”
“가족의 가치는 과거부터 공화당의 핵심 어젠다였습니다. 1970년대 중반 공화당의 정강 정책에 가족의 가치가 명시된 이래 레이건 대통령 재임 동안 친가족주의, 즉 패밀리즘(familyism)을 확고히 했는데요. 하지만 마르크스주의, 프랑크푸르트학파 사상, 포스트모더니즘, 젠더 이데올로기가 학문을 중심으로 사회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했고, 급진적인 개인주의 문화가 뿌리를 내리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 바로 가정이었습니다.”
-트럼프 1기에서도 가족의 가치를 중시했죠.
“물론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젠더-페미니즘의 위세가 대단해 가족 정책이 미약했어요. 하지만 트럼프 2기 들어 정치의 진정한 우선순위는 미국 가족의 안녕을 추구하기 위한 것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부통령인 JD 밴스 또한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생명을 위한 행진’ 행사에 참석해 ‘미국은 친가족(pro-family) 국가입니다’를 주제로 연설했습니다. 밴스 부통령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친가족, 친생명의 옹호와 헌신을 재확인한 것이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통령은 미국의 친가족, 친생명 문화를 열렬히 추구하고 회복하는 일에 국가를 이끌 도덕적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2025에 포함된 다음의 문구는 미국 가족의 위기를 단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오늘날 미국의 가족은 위기에 처해 있다. 모든 자녀의 40%가 미혼모에게서 태어나며, 흑인 자녀의 70% 이상이 미혼모에게서 태어난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생긴 자녀의 영혼 구멍을 대체할 수 있는 정부 프로그램은 없다. 아버지 없는 삶은 미국의 빈곤, 범죄, 정신 질환, 청소년 자살, 약물 남용, 교회 거부, 고등학교 중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정부 프로그램이 해결하도록 설계됐지만,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는 궁극적으로 결혼과 가족의 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다. 많은 아이가 결혼한 부모 없이 자라는 사회가 번성하고 건강하며 자유롭고 번영하는 사회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사회는 붕괴로 향할 것이다.
-트럼프 2기 정책 어젠다의 또 다른 요소는 무엇인가요?
“가장 도드라지는 건 젠더 이데올로기 제거입니다. 1960년대 이후 학계와 문화계 전반에 걸친 극심한 좌경화 현상은 변이된 사회주의와 급진 페미니즘과 젠더 이데올로기가 주도했지만, 트럼프 취임을 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십 년 동안 학문과 사회적 어젠다를 장악한 ▲PC주의(정치적 올바름) ▲마르크스주의에서 파생된 비판적 인종이론 ▲PC주의에서 파생된 워키즘 ▲DEI 정책 등의 폐기를 선언했습니다. 모든 공립학교 커리큘럼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과 젠더 이데올로기를 해로운 교리로 규정해 제거하기로 했어요.”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여성과 남성 2가지 성별만 인정하며, 제3의 성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모든 연방 직원은 정부 문서에서 성별란 구분을 ‘젠더(gender)’ 대신 본래의 용어인 ‘섹스(sex)’를 써야 합니다. 여권을 포함한 공식 문서의 성별란에는 출생 시 기록된 성별 생물학적 성별(남성 혹은 여성)만 기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성년자 대상 성전환 수술에 대한 모든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 LGBTQ 권리 옹호의 완결판에 해당하는 여성 스포츠의 트랜스젠더 남성 선수 출전 금지 행정명령에 각각 서명했습니다. 이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도 적용됩니다.”
-DEI 정책 전면 폐지에 따른 파장도 커 보입니다.
“DEI 폐기 정책에 따라 트랜스젠더 미국인 군 복무를 금지 조치했습니다. 현재 트랜스젠더 군인은 최대 1만 5000여 명으로 추산합니다. 지난 수년 동안 DEI 정책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요 전략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세계 시장을 선도했으며 대표적인 선두 기업이 월트디즈니사, 넷플릭스인데 전 세계 영화, 드라마, TV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미쳤죠. 국내 방송영상산업도 그 영향력 아래 놓였음은 물론이고요.”
“DEI 콘텐츠에서 여성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드라마 비율이 절반을 넘었고, 소수 인종, 유색인종, 흑인 주연급 배우, LGBTQ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이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과도한 DEI 명분과 집착은 작품의 부자연스러움, 역차별 조장, 불편한 피로감을 주었고, 오히려 인종 갈등을 일으키는 등 공감을 얻지 못했으며 결정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대표적인 예가 2023년 5월에 개봉한 디즈니 뮤지컬 영화 ‘인어 공주’의 흑인 여배우 캐스팅이었어요. 3월 개봉을 앞둔 디즈니사의 ‘백설 공주’는 주인공을 라틴계 배우를 캐스팅해 제작했는데 예고편이 공개되자 100만 개 이상의 ‘싫어요’를 받았습니다.”
“젠더 이데올로기, PC주의, 워키즘, DEI 어젠다 제거는 가족정책, 여성정책, 교육정책에 긍정적 가치를 높여 줄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사회 전 분야를 휩쓰는 좌파적 의제에 근거한 변종 이론이 철학, 심리학, 문학, 문화이론, 정치 운동에 깊이 스며들었죠. 트럼프 정부는 허울은 그럴싸하지만 난해하고 모호한 데다 파괴적인 좌파적 의제와 단호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에 어떤 시사점을 줍니까?
“트럼프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앞서 다룬 의제를 포함해 미국의 전략은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든 젠더-페미니즘 의제가 향후 어떻게 변모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침없는 좌파적 의제 제거도 민주당을 위시한 동맹 세력의 저항에 직면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그 강도가 트럼프 1기와는 눈에 띄게 달라요. 트랜스젠더 진영, 드래그퀸, 성전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발도 일지만 종전과는 분위기가 매우 다릅니다. 2017년 트럼프 1기는 할리우드발 미투운동, LGBTQ 권리 주창, PC주의, BLM 운동이 댐이 터지듯 했던 시기였어요. 트럼프 1기 재임 시절의 풍경 하나를 보시죠.”
2017년 1월 20일 트럼프가 취임한 다음 날인 21일 워싱턴DC에 페미니스트 50만여 명이 모여 ‘여성들의 행진’ 구호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젠더-페미니즘을 공개 비판했던 반트럼프 시위였다. 이날 시위는 페미니스트 아이콘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대회 명예회장을 맡았다. 연예인을 대표한 페미니스트인 팝스타 마돈나의 공연과 배우 스칼렛 요한슨 등이 참석해 발언했고,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은 트위터를 통해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가 2023년 4월에 발표되자 민주당을 위시한 페미니즘 진영은 트럼프 캠프에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지만 그들의 힘은 예전과는 다르게 약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좌파 전통 의제인 낙태 권리 옹호를 내세웠으나 위력이 없었죠. 트럼프는 태아 생명 보호를 주창했고, 강한 보수주의 부흥과 기독교 국가 재건을 내세운 트럼프 캠프의 위용에 맥을 추지 못했고요. 이런 이유로 미국 젠더-페미니즘이 눈에 띄게 가라앉았습니다.”
-미국의 여성 정책은 어떤가요?
“미국은 여성정책을 따로 만들지는 않고 가족 및 교육 정책, 행정부의 정책에 포함돼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포르노 단속을 강화했는데 불법 포르노는 여성이 착취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가장 큰 이슈인 국경 위기, 즉 불법 이민자 체포와 추방 문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은 이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인신매매, 즉 취약 여성과 아동 착취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강력한 국경 보호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인신매매 (대상) 1위인 여성을 보호합니다. 명확한 가치관과 정책 추진력을 가진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미국의 패러다임 변화가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난 시기 대한민국은 젠더-페미니즘 갈등으로 인해 젊은 남녀 사이는 심각하게 분열됐어요. 젠더-페미니즘 사조는 가족 및 여성정책, 저출산, 혼인율 저하 등 갖가지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켰습니다. 미국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면 대한민국도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봅니다. 우리도 젠더 이데올로기와 같은 좌파 교육 제거로 본래의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회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도 미국 못지않게 가족의 해체가 심각합니다. 혼인율 저하, 이혼율 증가, 초저출산 문제, 1인 가구 증가는 결국 가족관계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가족 정책을 강화하는 정책 솔루션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대한민국도 가족 회복 운동, 패밀리즘 확산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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