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윤 대통령 탄핵심판 쟁점들

2025년 03월 02일 오후 10:25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선고를 앞둔 가운데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몇 가지 쟁점들이 남아 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할 것인지 ▲임명한다면 임명 시기와 선고 관여 여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중 누굴 먼저 선고할 것인지 ▲개정된 대법원의 간이 갱신 절차가 윤 대통령 사건에도 적용되는지 ▲헌재는 지금의 8인 체제에서 결론을 내릴 것인지 등이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의 인용·기각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쟁점들을 3가지 질문 중심으로 정리해 봤다.

 최 대행, 마은혁 후보자 임명할까?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법한 행위”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헌재는 국회 측이 요구한 “마 후보자에게 직접적인 임명 지위를 부여하라”는 청구를 각하했으며, 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강제하지는 않았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정계선·마은혁·조한창 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선출했으나, 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마 후보자를 제외한 여야 추천 인사 1명씩을 임명했다.

그러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대행이 국회의 헌재 구성권과 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국회를 대표해 지난달 3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최 권한대행 입장에서는 마 후보자 임명 여부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다, 한덕수 총리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돼 업무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마 후보자 임명을 당분간 보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 권한대행으로서는 법률적 검토와 정무적 판단을 하면서 고뇌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헌법 기관의 권위를 존중해 마 후보자를 전격 임명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여야는 마 후보자 임명을 두고 대립을 이어가면서 최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헌재 결정에 따라 즉각 임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3월 2일, “마 후보자 임명을 반대한다”며 국회 본관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재판관 9명이 참여하는 완전체로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 정당성을 높이려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②  개정 형사 간이 갱신 절차,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적용되나

대법원 |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시기와 선고 관여 여부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사활을 걸고 대치하고 있다.

만약 마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합류해 선고까지 관여하게 된다면 3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선고는 더 미뤄질 수밖에 없다.

헌재의 헌법소송 가운데 탄핵심판에서는 형사소송 법규를 준용하게 돼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규칙에 의해 재판 중간에 재판관이 변경되면 그동안 변론에서 나온 증언과 증거조사 과정을 녹음 파일로 재생해 들어보는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경우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선고는 당연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재판부 변경, 재판 지연 등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오던 법원이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해 2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간 재판부가 변경되면 새 재판부가 이전 공판의 모든 녹음 파일을 재생해 듣느라 재판이 지연됐다. 이에 따른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형사소송규칙 144조 ‘공판 절차의 갱신 절차’에 녹음 파일을 모두 듣지 않고 녹취서를 열람하거나 양쪽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등 간이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형사소송규칙을 준용하는 헌재의 탄핵심판도 개정된 갱신 절차에 따라 갱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전격 임명할 경우 개정된 간이 방식에 따라 갱신 절차를 거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이 절차상의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헌재가 재판을 서두른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일방적인 재판 진행과 수사 기록 채택 등을 놓고 이의를 제기해 온 만큼 윤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마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선고에 관여하지 않고, 헌재가 지금의 8인 체제에서 결론을 내리는 방안도 거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을 빨리 끝내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의 규칙 개정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형사재판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의 재판은 담당 판사들의 정기 인사와 맞물려 갱신 절차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③  헌재,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중 누굴 먼저 탄핵심판 결정할까

헌법재판소 | 연합뉴스

헌재는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으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헌법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이후 매일 평의를 열고 사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헌재가 이르면 내주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총리 탄핵 사건은 윤 대통령에 비해 쟁점이 많지 않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 장기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헌재가 한 총리 선고를 먼저 한다면 윤 대통령 선고는 당초 예상보다 좀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 종결 후 약 2주 뒤 결론이 났기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 총리 탄핵심판은 지난달 19일,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달 1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은 지난달 24일 변론이 끝났다.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먼저 절차를 마무리한 사건들, 특히 한 총리 사건 선고를 앞당길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헌재가 대통령 파면 시 권한 이양과 관련한 절차적 혼란 등을 고려해 한 총리 사건을 먼저 선고할 수도 있다.

대통령을 파면하고 총리를 복귀시키는 결정을 내린다는 가정하에 총리부터 복귀시키는 것이 절차적 혼란이 덜하다는 논리다.

한 총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정치권은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며 통상교섭본부장과 한미 FTA 체결지원장, 주미 대사를 지낸 한 총리를 탄핵 정국에서 한미 관계를 가장 잘 이끌 인물로 평가한다.

실제로 헌재가 한 총리 등의 선고를 앞당긴다고 결정하면 마 후보자 임명과 무관하게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 작성 및 선고는 연기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헌재가 변론을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선고만큼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변론을 종결한 순서보다는 더 중요한 사건을 먼저 선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측면에서 한 총리 사건 선고를 먼저 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윤 대통령 탄핵 문제가 훨씬 중대하기 때문에 굳이 한 총리 사건부터 선고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