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런 말을 남겼다. “목숨을 걸고 하는 장사는 있어도, 손해 보면서 하는 장사는 없다.”
저가 항공사들의 항공권 가격이 일반 항공사에 비해 저렴한 이유는 뭘까. 그 원동력은 ‘생존 본능’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을 내야 하고, 낮은 판매 가격에도 수익을 내려면 반드시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즉, 저가 항공사의 가격 경쟁력은 비용 절감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용을 줄이는 것일까?
항공 전문 매체 ‘심플 플라잉’은 최근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의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사우스웨스트는 철저한 비용 절감 노력으로 세계 최대 저가 항공사(Low cost carrier·LCC)로 성장했으며, 이 회사가 선도한 저비용 운영모델은 이후 세계 여러 저가 항공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저가 항공의 반대 개념인 ‘비싼’ 항공사는 뭐라고 부를까? 정답은 ‘고가 항공’이 아니라 전통 항공(Legacy Carrier)이다. 기내식, 음료, 수하물,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가 기본 운임에 포함됐다는 의미에서 풀서비스 항공(Full Service Carrier·FSC)이라고도 부른다.
저가 항공사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승객들을 유치한다. 예를 들어, 작년 12월 중순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항공권의 경우, 전통 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아 항공(SAS)이 250달러(편도)에 판매한 반면, 저가 항공 라이언에어는 그 절반 수준인 134달러에 판매했다.
이들 저가 항공사가 반값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비용 절감 전략 덕분이다.
동일 기종의 항공기만 사용
항공사가 동일한 기종의 항공기만 사용하면 유지보수 및 인력 훈련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조종사들의 기종 전환 훈련 비용이 줄어든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총 805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776대가 운항 중이다. 이 모든 항공기는 보잉 737 시리즈로, 737-700기종 300대, 737-800기종 197대, 737 MAX 8기종 239대로 구성돼 있다.
라이언에어도 마찬가지로 모든 항공기가 보잉 737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311대 중 198대는 737-700기종이고 나머지는 737 MAX 8기종이다.
모든 승객에게 동일한 서비스 제공
일반 항공사가 단골 고객에게 무료 수하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직원들은 누가 무료 혜택 대상인지 확인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정보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IT 비용과 인력 교육 비용이 추가된다.
저가 항공사는 모든 승객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 준비 과정이나 관련 절차를 간략화함으로써 운영 비용을 줄인다. 또한, 승객이 원하는 경우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해 선택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추가 수익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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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편의 시설 최소화
일반 항공사와 달리 저가 항공사는 대부분 단일 클래스 좌석을 운영하며, 좌석은 뒤로 기울이는 범위가 일반 항공에 비해 좁다. 아예 기울일 수 없도록 설계한 항공사도 있다. 머리를 기댈 수 있는 헤드레스트 등 좌석 편의시설이 적은 편이다. 좌석 간 간격이 좁아 공간이 협소하다.
좌석을 고정해 좌석 간격을 좁게 유지하면 기내에 더 많은 좌석을 배치해 탑승 인원을 최대화할 수 있다. 고정된 좌석은 상대적으로 유지보수가 적게 필요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
라이언에어의 보잉 737-700 기종은 총 189개의 좌석이 있으며, 이 좌석들은 모두 고정식이다. 승객은 편안함을 포기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내식 유료화 및 직원 업무 최적화
저가 항공사는 기내에서 제공하는 음식과 음료에 대해 별도의 요금을 부과한다. 일부 항공사는 기내에서 상품(국제선일 경우 면세품)을 판매해 추가 수익을 얻기도 한다. 복권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인건비는 서비스 업종의 주된 비용 항목 중 하나다. 저가 항공사는 직원 업무 분담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 승무원이 탑승 수속 시 지상 직원의 업무를 돕거나, 비행이 끝난 후 기내 청소를 직접 담당하기도 한다.
실제로 저가 항공에서 내리고 나면 비행기 창문 사이로 승무원들이 바쁘게 뒷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인건비를 절감한다.
빠른 운항 전환 시간, 빠른 탑승 절차
비행기 운항 간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비행기가 지상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면, 비행기의 운항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비행기의 출발이나 도착이 지연될 경우, 다음 항공편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저가 항공이라도 지연이 너무 잦으면 승객들 역시 항공사를 선택할 때 기피하는 일이 생긴다. 비용 절감에 따른 리스크도 발생하는 셈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자유석 정책을 운영해 탑승 시간을 단축하고, 비행기의 지상 대기 시간을 최소화한다. 승객이 사전에 좌석을 지정하지 않고, 선착순으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 방식이다.
이를 응용해, 다수 저가 항공사들은 선착순을 원칙으로 하면서 좌석 선택권을 별도로 판매하기도 한다.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원하는 좌석을 고를 용의가 있는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다.
가격이냐 편의성이냐…선택은 승객의 몫
저가 항공사는 비용 절감을 통해 승객에게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면서도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승객은 편의성이나 서비스 품질에서 일부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만큼 항공료를 덜 지불하는 이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