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당국, 엔비디아 제품 중국 불법 판매 혐의로 3명 체포

강우찬
2025년 02월 28일 오후 5:26 업데이트: 2025년 02월 28일 오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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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경찰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수출 제한 반도체를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에 불법 판매한 혐의로 3명의 남성을 기소했다.

27일 현지 언론 ‘아시아뉴스네트워크(CNA)’에 따르면, 경찰과 세관 당국은 이날 싱가포르 전역 22곳을 급습해 총 9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을 사기 또는 사기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 기소된 3명은 싱가포르 국적자 2명과 중국 국적자 1명으로 확인됐다.

법원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24년 엔비디아 반도체를 정식 승인된 최종 사용자에게만 공급하겠다고 허위 진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소된 3명 중 싱가포르 국적인 아론 운 궈지에(41)와 앨런 웨이 자오룬(49)은 2024년 서버 공급업체와 공모해 반도체를 구매한 뒤 불법으로 중국에 넘기려 한 혐의가 적용됐다.

중국 국적자인 리밍(51)은 2023년 반도체의 최종 사용자가 ‘럭셔리에이트 유어 라이프(Luxuriate Your Life)’라는 기업이라고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우회로 지목

이번 대대적인 단속은 싱가포르 중개업체들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해 불법적으로 엔비디아 반도체를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는 보도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미국 상무부(BIS)는 중국 딥시크가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반도체를 입수해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 중이다.

엔비디아의 2025회계연도(2024년 1월 기준)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매출은 236억 84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대만(205억7300만 달러)보다도 높은 수치다.

싱가포르는 그동안 미중 디커플링의 수혜국으로 지목돼 왔다. 미국에서 배제된 중국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거점을 옮기고 중국 자본의 유입이 늘면서, 국적 세탁에 이용당한다는 우려가 고조됐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도 이러한 움직임을 경계해 왔다. 싱가포르 산업통상부는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운영되는 모든 기업이 미국과 싱가포르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 시렁 싱가포르 산업통상부 제2장관은 지난 18일 의회에서 “싱가포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회피하는 경로로 이용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엔비디아의 반도체가 실제로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매출은) 실물 반도체 거래가 아닌 기업 간 금융 거래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둔 많은 고객이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하지만, 최종 목적지는 미국과 서방 시장”이라고 해명했다.

미국, 싱가포르에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압박

미국 의회는 싱가포르가 중국으로의 불법 반도체 수출을 철저히 단속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싱가포르에 대한 수출 허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백악관에 촉구했다.

이는 싱가포르 중개업체들이 엔비디아 제품을 암암리에 딥시크 등 중국 기업에 공급한다는 언론 보도와 맞물린 조치다.

현재 싱가포르는 미국의 AI칩 수출 통제 시스템에서 2단계(Tier 2)에 해당하는 150개국 중 하나로, 1단계(Tier 1) 국가보다 더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다.

미국의 AI칩 통제 시스템은 3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은 1단계 그룹에 포함돼 있다. 수입이 금지된 3단계(Tier 3)는 미국의 적국들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다.

싱가포르 당국은 체포된 나머지 용의자와 관련 기업들의 추가 범죄 혐의를 조사 중이며, 싱가포르 세관도 ‘관세법’ 및 ‘수출입 규제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