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HSBC가 일부 중국 내 사업을 축소하기 위해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금융기관 규제가 강화되고 외국계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점점 복잡해지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HSBC는 감원 계획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중국이 여전히 “우선순위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는 27일(현지시간) HSBC가 대규모 감원에 나섰으며, 산하 중국 디지털 자산운용 부문인 ‘핀나클(Pinnacle)’의 직원 규모를 약 900명 줄여 절반 가까이 축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HSBC는 감원 계획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나, 대변인은 “중국은 여전히 HSBC의 우선순위 시장이며, 2024년 기준 중국 내 자산운용 부문의 투자자산이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고 밝혔다.
핀나클은 2020년 설립된 HSBC의 디지털 금융 사업 부문으로, 보험 및 펀드 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23년 6월 말 기준, 이 부문에는 2,0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번 감원 조치는 정리해고, 자연 감소 및 내부 이동 등을 포함하며, HSBC가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과 수익성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비용 급등으로 내부 감찰 강화…보험 부문 직원 500명 이상 이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HSBC는 지난해부터 핀나클의 급여 체계를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공급업체가 비용을 부풀려 청구했는지 조사 중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비용이 급등하자, HSBC는 내부 감찰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7개월 동안 500명 이상의 보험 중개인이 회사를 떠났으며, 보험 중개 부문은 감찰 시작 이후 신규 계약 갱신을 중단한 상태다.
또한 핀나클의 핀테크 부문에서도 100명가량이 감원될 예정이며, 300명은 소매 금융 부문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핀나클에는 운영을 유지할 최소한의 인력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디지털 금융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HSBC는 중국 본토에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프라이빗 뱅킹, 보험, 자산운용 부문에는 계속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HSBC의 신임 CEO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는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한 광범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번 감원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이다.
현재 HSBC의 글로벌 개인 금융 및 자산운용 부문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시장이 중국이다. 올해 상반기 HSBC의 중국 내 해당 부문 손실은 4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000만 달러)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외국계 금융사, 중국에서 연이어 철수…강화되는 규제도 부담
핀나클은 HSBC가 2021년 발표한 6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중국 시장에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HSBC는 중국 본토에 오프라인 지점이 제한적인 만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을 공략하려 했으나, 외국계 금융사가 중국에서 자리 잡는 것이 쉽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한층 강화하고 있으며, 외국계 은행들은 더욱 까다로운 규제 환경에 직면해 있다. HSBC뿐만 아니라, 미국계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도 중국 내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시장에서 철수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HSBC는 2022년 중국 자회사인 ‘전해(前海)증권’에 공산당 위원회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외국계 금융사가 중국 내에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정치적·제도적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도 HSBC의 전략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