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녀유혼’의 섭소천 역으로 지금까지도 관객들의 기억에 남은 왕조현(王祖賢·왕쭈셴)이 최근 근황을 알렸다.
왕조현은 지난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2분 분량의 영상을 올려 캐나다에서 침술 클리닉을 개원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팬들에게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봉사하겠다”라고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영상에서 왕조현은 긴 흑발을 늘어뜨린 채 눈 덮인 캐나다의 한적한 마을 길을 걸으며 최근의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그녀는 “스크린을 떠난 후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불교에 귀의한 것은 정신적 세계를 탐구하고 내면의 평온과 지혜, 해탈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고백했다.
대만 출신의 홍콩 여배우 왕조현은 1987년 개봉한 ‘천녀유혼’의 섭소천 역으로 동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스타로 떠올랐다. 1990년대 전성기를 지난 이후 인기가 줄어들자 1994년 은퇴를 선언했다가 연기에 대한 마음이 남았는지 1997년 복귀했다. 그러나 2002년 영화 ‘미려상해(상하이 이야기)’ 촬영을 끝으로 연예계를 완전히 떠나 캐나다로 이주했다.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간간이 소식을 전하던 왕조현은 2022년 8월 홍콩 언론을 통해 캐나다 밴쿠버의 한 사찰에서 불교에 귀의한 근황이 전해지면서 팬들에게 큰 놀라움을 줬다. 사진 속 그녀는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린 채 승복을 입고 두 손을 모은 모습이었다.
이번에 공개한 영상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 “불교에 귀의” 등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자신의 변화를 궁금해하는 팬들을 위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그녀는 영상에서 뜸치료 클리닉 개원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뜸치료 클리닉을 연 것은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며 “신체적 균형을 되찾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나의 새로운 목표”라고 설명했다.
마침 이 장면에서 영상은 연꽃 장식에 향이 피어오르는 공간으로 바뀐다. 왕조현은 자신이 개원한 뜸치료 클리닉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하얀 가운으로 갈아입은 채 등장해 의서를 읽거나 맑은 차를 따라 마시며 치료사로 변신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어 “인생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전반부는 끊임없는 도전과 방황의 연속이었다면, 이제는 내면의 평화와 건강, 정신적 충만함을 더 중시하게 됐다”고 인생 제2막에 도전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진정한 자유와 해탈은 스스로를 놓아주는 것”이라며, 뜸치료 클리닉 사업이 자신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의 건강에 봉사할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영화판을 떠난 후 조용히 지내던 왕조현이 제2의 삶을 시작했음을 알린 이 영상은 중화권에서 화제가 됐다. 공개 초반에는 “가짜 영상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으나, 곧 사실로 알려지면서 팬들 사이에서 “언니가 행복하면 좋겠다”, “뜸방에 가서 진료카드 만들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
왕조현은 큰 인기를 누렸던 10년간 60여 편에 영화에 출연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녀가 영화 출연료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일찍부터 재테크에 눈을 떠 10억 달러(약 1조4천억)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왕조현은 처음 은퇴를 발표하던 1994년 당시 “평생 다 쓰지 못할 돈을 손에 쥐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녀는 이번 영상 공개 후 “돈을 벌려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되는데 왜 굳이 뜸방을 열었나”라는 한 네티즌 질문에 “진정한 자아와 명성, 재산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자아실현을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