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산둥성 지난(濟南)시에서는 퇴직 군 간부 서비스 센터가 올해 ‘퇴직 간부 생일 축하 케이크 구매 예산’으로 163만 7100위안(약 3억원) 할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한 네티즌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은 8억 명의 농민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혜택이 없지 않은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의 2024년 농민 연금 자료에 따르면, 31개 성 중 최저 수준인 윈난성의 월평균 농민 연금은 103위안(약 2만 원)에 불과하다. 다른 6개 성의 농민 연금도 월평균 120위안을 밑돈다.
반면, 지역 공무원 및 기관 근무자의 월평균 연금은 6천 위안(약 110만 원) 이상으로, 농민의 5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계급투쟁으로 지주와 특권층을 없애고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공산주의 혁명의 현주소다.
정부의 긴축 재정 조치는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미국의 대규모 예산 감축과도 비교된다.
中 ‘문서 양면 인쇄’ VS 美 대규모 구조 조정
중국에서는 행정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문서 양면 출력’, ‘회의 시 필기구 미지급’, ‘공무 출장 시 (항공기가 아닌) 고속철 우선 이용’ 등의 지침이 내려졌다. 간부들이 착복하는 뭉칫돈에 비하면 푼돈에 가깝다. 문제의 본질을 치워두고 변죽만 울린다는 핀잔도 나온다.
반면, 미국에서는 머스크와 민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금만 축내던 정부 기관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삭감하고, 추가로 여러 부서에 과감한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이 진행돼 중국 네티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소셜미디어 X에 “미국은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는데, 중국공산당은 형식적 조치만 내세우고 있다”며 “중국 재정난의 근원을 추적하면 중공의 권력 구조로 이어진다. 따라서 권력 구조에 손을 대지 않고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쪽에서는 긴축 재정을 부르짖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예산 낭비와 횡령이 빈번한 것도 중국의 고질적 문제다.
제일재경은 2023년 성정부의 예산 집행 및 기타 재정 지출 감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예산 초과 지출”, “무예산 지출”, “기준 초과 회의 및 출장 경비 지출”, “불법 수당 지급” 등의 문제가 일회성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중화인민공화국 심계서(審計署)’의 2023년 보고서에서도 중앙 정부기관이 7억 4900만 위안(약 1400억원)의 예산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춰진 예산 낭비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상하이 재경대학 덩수롄(鄧淑蓮) 교수는 제일재경과의 인터뷰에서 “예산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 집행의 법적 구속력이 부족하여 매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공산당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재정난 상황을 마주해 긴축 재정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로 민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용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실질적인 구조 개혁 없이 형식적인 조치만으로는 재정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