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사장 된 美 케네디센터에 폭탄 테러 위협…공연단 측 “배후는 중공”

강우찬
2025년 02월 26일 오후 7:44 업데이트: 2025년 02월 26일 오후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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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공연 당일 오전에 “폭발물 터뜨리겠다” 테러 위협
극장 측 대피령, 준비 수 시간 지연에도 공연 제시간에 개막
공연단 측 “중국공산당의 국제적 방해공작 가능성”에 무게
美 국무부·의원 “표현의 자유 억압”…중국공산당 규탄

전통 중국 문화를 재현하는 공연예술단 션윈(Shen Yun)이 워싱턴DC 케네디센터 공연을 앞두고 폭탄 테러 위협에 개막 준비가 수 시간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션윈 측은 미국 당국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이번 사건을 중국공산당의 해외 반체제 인사 방해공작과 관련지어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폭스뉴스, NBC 등 다수 매체에 따르면 션윈의 케네디센터 12회 공연 첫날이었던 지난 20일 오전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폭발물을 터뜨리겠다”는 협박 메시지가 접수됐다.

케네디센터는 공연장 내에서 공연을 준비 중이던 인원을 전부 내보내는 대피 조치를 취했으며, 보안 검토가 완료된 오후 2시쯤 대피령을 해제했다.

이에 개막 당일 공연 준비가 수 시간 지연되는 사태를 맞았으나, 션윈은 공연 준비를 마치고 이날 7시 30분으로 예정했던 공연을 당초 일정대로 개막했다.

션윈은 2006년 설립된 이래, ‘공산주의 이전의 중국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단체 설립은 미국으로 이주한 파룬궁 수련자들이 주도했다. 파룬궁은 1990년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나 1999년부터 중국공산당의 탄압을 받고 있다.

폭탄 테러 위협은 익명으로 가해졌으나, 리샤이 레미쉬 션윈 대변인은 이번 사건 배후에 중국공산당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션윈 공연이 열리는 여러 국가에서 유사한 협박이 잇따르고 있으며, 이는 파룬궁과 관련된 단체를 조직적으로 억압하려는 중국공산당의 해외 방해공작 중 한 사례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과 그 대리인의 션윈 방해 공작이 발생한 지역. 붉은 원의 크기는 방해의 빈도와 강도를 나타낸다. | 자료출처=리샤이 레미쉬, 그래픽=에포크타임스

中 공산당, 장기간 션윈 방해…최근 과격화·은밀화

중국공산당은 오랫동안 해외에서도 파룬궁의 활동과 션윈 공연을 견제해 왔다.

션윈은 파룬궁과 관련됐다는 점 외에도 중국공산당이 말살한 자국 전통문화를 부활하려 한다는 점에서 각종 방해공작에 노출돼 있다.

지금까지는 각국 주재 중국 외교 공관을 통해 공연장이나 지자체에 공연 취소 압력을 넣거나, 정치인들에게 관람을 자제하라는 문서를 보내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한국에서도 2016년 대관이 확정됐던 여의도 KBS홀 공연이 그해 1월 취소됐다. KBS 측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물 중 하나는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보낸 공문이었다. KBS의 중국 콘텐츠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는 경고가 실려 있었다.

이처럼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이용해, 정치적 요구에 굴복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패턴이었으나, 최근에는 익명의 폭탄 테러 위협이나 총기 난사 등 치명적인 협박이 급증했다.

션윈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의 압력에도 션윈이 세계적 흥행을 거두며 지명도를 높여가자, 중국공산당의 흔적을 감추는 대신 극단적인 위협이나 대리인을 내세우는 형태로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협박 메시지는 중국어로 작성된 것도 있었다.

위협이 실행으로 이어진 적은 없지만, 지난해 뉴욕에서는 친중 성향의 유튜버가 션윈 관계자와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한 뒤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션윈 사회자 겸 대변인을 맡고 있는 리샤이는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위협은 단순히 션윈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법치와 종교적 자유 전체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이제는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배후 세력을 밝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美 정부·의원, 중국공산당의 협박 강력 규탄

이번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국경을 넘어 미국 현지에서 활개치는 중국공산당의 자유 침해와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랜스 구든 하원의원(공화당)은 21일 X(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전날 케네디센터에서 발생한 근거 없는 폭탄 위협은 중국공산당의 또 다른 협박 시도”라며 “중국공산당의 방해 공작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션윈은 계속해서 공산주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중국 문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매디슨 코슨 전 하원의원도 22일 성명을 내고 “중국공산당이 미국 내 션윈을 비롯한 중국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유에 대한 위협에 직면해서도 미국 국민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현직 의원 두 사람 모두 ‘중국(China)’이 아니라 ‘중국공산당(CCP)’을 이번 폭탄 테러 위협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이번 사건의 익명 협박범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에서도 최근 부쩍 늘어난 션윈 탄압과 관련해 중국공산당의 방해공작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달 초 성명을 통해 중국공산당의 션윈 탄압을 비판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성명에서 “이러한 협박 행위에 반대하며 표현의 자유 침해 중단을 촉구한다”며 “25년간 이어진 파룬궁 탄압을 중단할 것을 중국공산당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션윈은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36개국 200여 개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가며 수백만 명의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본토에서는 공연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션윈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탄압이 국제적 차원에서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러한 위협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다음에는 또 다른 대상이 희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위치한 케네디센터는 세계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미국 공연문화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공연예술 진흥에 큰 관심을 보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기리는 의미로 설립됐으며,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사장에 선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션윈 케네디센터 공연은 오는 3월 2일까지 진행된다. 션윈 측은 공연 기간 보안을 강화해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