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독? 가드독?…이재명·한동훈 신경전 가열

2025년 02월 26일 오후 5:25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여야의 잠룡들 간 신경전이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 간 설전이 그렇다.

26일 야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최근 한동훈 전 대표가 자신을 향해 “계엄 등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것이고,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언급한 발언의 일부다.

앞서 한동훈 전 대표는 자신이 집필한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통해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이재명 대표”라며 “이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사법부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계엄이나 처벌 규정 개정 같은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 주장에 한동훈 전 대표도 즉각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저는 기꺼이 국민을 지키는 개가 되겠다”며 “재판이나 잘 받으시라”고 질타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직면한 사법리스크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 간 신경전에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 엄호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이 책을 썼다길래 내용이 궁금했는데,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몰상식하다 못해 정신 나간 막말을 늘어놓았다”고 질타했다.

이해식 의원은 재차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 의원을 가리켜 ‘입벌거(입만 열면 거짓말)’ 혹은 ‘입벌구’라 한다는데 한동훈은 ‘입벌막’(입만 열면 막말)‘으로 데뷔하려나 보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추미애 민주당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상식과 법치를 조롱했던 윤석열의 법률집사”라며 한동훈 전 대표를 비꼬았다. 그러면서 “속죄부터 하기 전에, 이재명 상대로 막말한다고 용서되나, 그런다고 용이 되나”라고 했다.

일각에선 추미애 의원 발언을 놓고 여권 내 한동훈 전 대표의 입지를 부각한 것으로 풀이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여권 내 비주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는 게 중론이다.

우태훈 시사평론가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통 언론을 설명할 때 무슨무슨 ‘독(개)’이라는 표현을 한다”며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상대에겐 ‘헌팅독(사냥개)’을, 자신에겐 ‘가드독(수호견)’을 강조하고자 신경전이 가열된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