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아일랜드 ‘직구’…알고 보니 위장한 중국산 쇼핑몰

안홍준
2025년 02월 26일 오후 3:41 업데이트: 2025년 02월 27일 오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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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허위 광고가 대량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광고들은 마치 아일랜드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상점들이 직접 올린 것처럼 꾸며져 있으며 매출 부진이나 상품 도난 등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

어려운 처지에 대폭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광고 내용과 달리, 실제 구매자에게 도착하는 제품들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다. 아일랜드 현지 언론은 과거에도 이런 사기 행위에 대한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아일랜드 매체 ‘더 저널(The Journal)’은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가짜 상점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다. 소셜미디어 계정만 본다면, 이런 상점들은 구성이나 디자인 면에서 아일랜드의 정식 온라인 쇼핑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존재하는 다른 상점의 사진이나 인물, 의류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웹사이트에는 매장 위치 정보, 연락처, 영업시간, 고객 문의 게시판 등이 운영 중이며, 하단에는 서비스 약관, 개인정보 보호 정책, 심지어 채용 공고 링크까지 갖춰 놓았다. 배송 사고를 우려하는 소비자를 위한 배송 보험 상품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으나 모두 가짜다. 실제로는 아일랜드가 아닌 베트남 등 외국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상점을 이용한 구매자들은 판매 상품이 대부분 중국에서 발송되며 아일랜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지적한다. 한 구매자는 “한 달이나 기다린 끝에 재킷을 받았으나, 팔조차 제대로 끼울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사이즈였다”며 “반품을 시도했으나, 중국으로 반송하는 데 추가 배송비가 들어 반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품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현지 소비자 권익 보호 당국인 아일랜드 ‘경쟁과 소비자 보호 위원회(CCPC)’는 “사기를 당했다고 판단되면 즉시 자신의 은행 카드 발급 기관에 연락하라”고 조언했다. 쇼핑몰 계정이 운영되는 플랫폼 업체에도 신고할 것을 권고했다. 메타는 자사 정책을 위반하는 광고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다.

아일랜드 쇼핑몰인 척 위장하고 중국산 제품을 파는 업체들이 난립하는 것은 아일랜드와 중국이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아일랜드는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를 입수하는 주요 통로로 알려져 있다.

SCMP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대중국 무역 흑자국으로 미국에서 수입한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세관 집계 결과, 아일랜드에서 중국으로 운송된 반도체는 약 60억 달러(8조63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20% 증가한 규모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은 중국산 저가 쇼핑몰 앱 ‘테무’를 운영하는 핀둬둬의 본사 등록지다. 핀둬둬는 지난 2023년 3월,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본사 주소를 더블린으로 변경했다. 이 소식이 외신에 보도되며 논란이 일자, 핀둬둬는 “테무의 글로벌 사업을 위해 등록지만 더블린으로 옮긴 것일 뿐 본사는 여전히 상하이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중국 기업으로서 미국 및 유럽에서 가해지는 제약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미국은 테무가 미국인 소비자 정보를 유출한다며 감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 위원회는 테무 앱의 중독성과 불법· 위조 상품 유통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아일랜드 ‘경쟁과 소비자 보호 위원회’ 역시 소비자법 위반 혐의로 테무를 조사 중이다. 위원회는 테무가 허위 리뷰와 허위 할인 쿠폰으로 소비자를 기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허위 할인 쿠폰은 중국산 쇼핑몰이 종종 사용하는 소비자 기만 수단으로 지목된다. 아일랜드 상점으로 위장한 한 쇼핑몰에 속아서 물품을 산 한 이용자는 이에 항의하자 “판매자가 물건을 그냥 가지고 있으라면서 다음 구매 시 30% 할인해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