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산하 대학 학위 인정 중단

대만 교육부가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통일전선부) 산하 3개 대학의 학위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만의 국가 안보와 학술 독립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국제 사회의 흐름과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은 20일 전국 대학 총장 회의에서 민주주의가 대만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민간 차원에서 학술적 교류를 할 때라도 민주주의를 약화할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가의 핵심 기술과 연구 성과를 보호하고, 민주주의 수호, 국제 경쟁력 유지, 국가 안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학술 교류 과정에서 대만의 핵심 기술이 학자나 유학생으로 위장한 중국 공산당 요원들에 의해 침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 교육부 장관, 통일전선부 직속 대학과의 협력 중단 명령
이날 대만 교육부는 중국 대학과의 교류의 위험성에 주목한 라이칭더 총통의 발언과 같은 맥락의 조치를 발표했다.
정잉야오(鄭英耀) 교육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광저우 지난(暨南)대학, 화차오(華僑)대학, 베이징 화원(華文)학원 등 3개 대학이 중공 통일전선부 직속 기관임을 명확히 하며, 이들 대학과의 협력 및 학술 교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한 앞으로 이들 학교의 학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중공 통일전선부와 직결된 중국 대학들이 순수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중공의 이익을 위해 침투 요원을 양성하는 일종의 간첩 기관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 총통은 대만이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 리더라는 지론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여기에는 철저한 수개표 원칙으로 부정선거 논란을 말끔히 씻어낸 ‘민주주의의 꽃’ 선거제도가 뒷받침되고 있다.
대만은 투표관리원이 투표함에서 투표지를 하나씩 꺼내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높게 들어 보이면, 다른 관리원이 칠판에 ‘바를 정(正)’ 자를 한 획씩 긋는 방식으로 개표한다. 과거 한국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 때 사용하던 방식이다.
이를 두고 일부 한국 언론은 한국의 전자개표 시스템과 비교하며 기이하다는 듯한 시선을 던졌지만, 대만으로서는 이러한 아날로그 방식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선거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수많은 인적, 물적 교류를 피할 수 없는 대만에서 중국 공산당의 선거 개입을 막아내려면 철저한 투명성이 필수적이다. 대만에 부재자, 사전 투표제도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치권에 관한 숱한 논란 속에서도 선거 결과만큼은 시비가 일어날 여지를 원천 차단함으로써, 대만은 여당과 야당 간 치열한 정치적 대립에도 깨끗한 선거를 통한 국민 통합의 대원칙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는 대만이 정치적 풍랑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
대학, 중공 통일전선 공작에 경계심 없이 무방비 노출
대만의 국가안보전략 전문가인 천원자(陳文甲) 카이난대 교수는 라이칭더 총통의 이번 정책에 관해 “대만 학술계의 독립성과 통일전선 침투 방지 차원에서 전략적 정당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공 통일전선부는 문화와 교육, 인적 교류를 통해 대만 청년들의 국가 및 정치적 정체성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이들 대학은 단순한 학문 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선전과 통일전선 활동의 장으로 활용된다”고 지적했다.
통일전선부는 명확히 불법이거나 간첩활동이라고 짚어내기 어렵지만, 상대국을 해치고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부서다. 쉽게 말해 민간을 위장한 간첩들을 침투시키고 상대국에 내통세력을 만드는 공작을 담당한다.
다만, 간첩이라고 해서 첩보영화에 나오는 비밀요원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방송인·언론인, 교수, 경제전문가, 평론가, 정치인, 관료, 법조인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중국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며 자국이 아닌 중국에 유리한 정책이나 여론을 조성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중공의 이념에 따르지 않거나, 중공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역할도 이들의 주요 임무의 하나다.
교육계의 경우, 중국 여러 대학과 학술·우호 교류의 기회가 많다. 가볍게는 중국 초청 등을 통해 비용 부담 없이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고 호화로운 대접을 받는 것부터 시작해 대학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책을 제공한다.
대접을 받는 교직원과 교수, 학생들은 우호적 감정을 품고 이후 중국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서서히 거두게 되며 때로는 자기검열을 하기도 한다. 이는 국제관계나 외교, 사회과학 분야에서 학술적 성과를 왜곡하게 만들고 나라의 정책적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만 민간 싱크탱크 중국연구센터 소장인 우츠즈(吳瑟致) 대만해양과기대 교수는 “중국에서 학술 자유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민감한 사회과학 연구는 모두 공산당의 정책과 시진핑의 방침에 부합해야 하며, 이는 학문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학문적 성향을 지니고 자기검열이 훈련된 중국 학자와 유학생들이 대만에 입국해 활동하면서 대만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거나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점진적으로 대만의 독립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다.
중국에 유학 중인 자국 학생들에 대한 보호 조치
국제 사회에서도 중국의 학술 환경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일본에 거주하던 중국 학자가 귀국 후 실종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을 방문한 학자 중 27%가 장시간 구금되거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가 보장된 해외에서의 학술활동과 발언 때문으로 추측됐다.
현재 화차오대학과 지난대학에 재학 중인 대만 학생은 각각 약 600명, 1500명으로 파악된다. 대만 교육부는 이미 재학 중인 학생들의 학위는 기존 규정에 따라 인정하며, 필요한 경우 대만 내 대학으로의 전학도 지원할 방침이다.
천원자 교수는 “이번 정책은 개별 학생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통전 침투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며 “정부는 학생들의 학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학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만의 조치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중국 대학에 대한 심사 기준 강화와 궤를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대만의 이번 정책이 국제적인 흐름에 부합하며, 국가 안보와 학술 독립성을 동시에 수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