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당, 중국공산당 압박에 결국 해산

홍콩 최대의 민주진영 단체인 민주당이 2월 20일 해산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중국공산당의 지령을 받은 ‘전달자들’이 당에 해산을 권고했다는 여러 홍콩 언론의 보도 이후 나온 일이다. 로킨헤이 민주당 대표는 현재의 정치 상황을 고려해 해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2월 20일 미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 민주당은 해산과 청산 절차를 진행할 3인 그룹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구성원은 로킨헤이 대표, 목킨싱 부대표, 렁윙쿤 사무총장이다.
로킨헤이는 해산을 위해서는 전체 당원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결정해야 하며 참석자의 75%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수의 홍콩 언론은 최근 민주당이 해산 ‘제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과 공식 연계된 인물들은 중국공산당(CCP)이 민주당의 다음 입법회 선거 참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당의 가치가 없으므로 스스로 해산해야 한다고 공언해 왔다.
압박에 의한 결정이었느냐는 질문에 로킨헤이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며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해산이 재정적 압박이 아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말했으며, 사전에 모든 당원과 상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당내 경선을 실시했고, 로킨헤이가 대표로 재선됐다. 당시 그는 민주당이 계속해서 홍콩 시민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2월 19일, 해산 결정 하루 전에도 민주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금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해산 발표 기자회견에서 로킨헤이는 “우리는 홍콩 시민을 계속 섬기고 모든 홍콩인과 함께 일하기를 매우 희망했다. 그러나 물론 우리가 내려야 할 결정들이 있고, 여기서 더 많은 말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해산 시기와 관련해 로킨헤이는 당이 변호사들과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으며, 재정 정리 후 남은 자산이 있다면 뜻을 같이하는 단체나 자선단체로 이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로킨헤이는 민주화를 위한 투쟁은 항상 어려웠다며 “하지만 나는 홍콩 시민을 믿는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1994년 설립됐으며, 그 전신인 홍콩민주연합은 1990년에 설립됐다. 1995년 입법회 선거 이후 홍콩 최대의 민주진영 정당이었다.
민주당은 온건파로 여겨지며, 그동안 홍콩정부 및 중국과의 소통 의지를 보였다. 2010년 당시 알버트 호 대표는 정치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홍콩 주재 중국 연락사무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중국공산당이 홍콩에 국가보안법(NSL)을 시행한 후, 많은 전직 민주당 당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됐다. 호 전 대표 역시 ‘국가 전복 선동’ 혐의로 기소돼 현재 구금 상태다.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의 많은 시민단체가 해산을 강요받았다. 또 다른 민주진영 정당인 공민당은 2024년 공식 해산했다.
국가보안법 통과 1년 후인 2021년, 홍콩에서는 ‘해산’ 물결이 일었다. 최대 교사조직인 홍콩교육전문인원협회, 많은 시위와 집회를 조직했던 민간인권전선, 민주화 단체들을 지원했던 홍콩직공회연맹 등이 해산됐다.
그해 수년간 6•4 집회를 개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는 해산을 거부했다. 하지만 2021년 10월 홍콩 정부에 의해 등록이 취소됐고 즉각적인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다. 발표에 앞선 수 주일간 상임위원회 위원 다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수감됐다.
홍콩 시사평론가 사이먼 리는 사라 량의 프로그램 ‘투데이 위드 사라 량’에서, 중국공산당이 강조하는 홍콩에 대한 ‘전면적 통치’를 홍콩인들은 행정 통치로 해석했지만, 실제로는 지방정부뿐 아니라 정당과 지역사회 단체를 포함한 홍콩의 전반적인 시장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는 민주진영 최대 정당인 민주당이 해산된 후 홍콩의 정당정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또한 민건련(민주건설연맹)이나 홍콩공련(홍콩공회연맹) 같은 친공 정당들의 역할도 베이징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홍콩이 이제 중국공산당의 직접 통치하에 있기 때문이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