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0년대 미국의 한 항공사가 승무원을 채용할 때 내세운 ’19가지 조건’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절반 이상이 외모와 관련된 조건이었는데, 이는 당시 민간 항공업계 초기 시절 승무원 역할이 오늘날과는 크게 달랐으며 성차별적인 요소도 적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1950~60년대는 흔히 항공 여행의 황금기로 불린다. 당시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많은 조종사가 민간 항공 분야로 자리를 옮겨 비행기를 몰기 시작했다.
하지만 승무원 업계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항공사들은 남성 승무원보다 훨씬 적은 급여로 여성 인력을 고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성차별적 제약 때문에 여성 승무원의 이직률이 높았다”며 “남성 승무원에 비해 여성은 근속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매력적인 여성 승무원 이미지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해 남성 승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백인·미혼·젊은 여성만 가능했던 ‘승무원’
당시 항공사들은 대부분 젊고, 매력적이며, 미혼인 백인 여성만을 승무원으로 채용했다. 이 같은 기준은 1958년, 루스 캐롤 테일러(Ruth Carol Taylor)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승무원으로 채용되면서 처음으로 도전받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여성 승무원을 채용한 항공사는 ‘보잉 에어 트랜스포트(Boeing Air Transport, 현 유나이티드 항공)’였다. 이 회사는 1930년 전직 간호사였던 엘렌 처치(Ellen Church)를 승무원으로 채용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처치의 경력은 불과 18개월 만에 끝났다.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으며 승무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간호 교육학 학위를 취득하고 다시 간호사로 복귀했다.
1954년, 美 항공사의 ’19가지 채용 조건’
최근 한 네티즌이 미국판 디시인사이드로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54년 시카고 & 서던 항공(Chicago and Southern Air Lines)은 승무원 채용을 위해 다음과 같은 19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미혼일 것(약혼한 상태도 안 됨) △나이 22~28세 △키 157.5~165.2cm △체중 45.4~54.4kg △시력이 좋을 것(안경 쓰면 안 됨) △치아가 건강할 것(금니 등 인공 치아는 웃을 때 보이면 안 됨) △몸매가 균형 잡힐 것 △다리가 길 것 △모발 색상이 자연스러울 것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2년제 대학 수료 후 2년 이상 업무 경험을 쌓은 자일 것 △생동감 넘치는 대화 능력이 있을 것 △무거운 짐도 들어 올릴 수 있는 체력이 있을 것 △화가 나더라도 승객에게 친절할 수 있는 자제력이 있을 것 △친절한 서비스 정신이 있을 것 △교대 근무를 할 수 있을 것 △미국 시민권 보유자일 것 △신체가 건강할 것 △피부가 깨끗할 것 △손이 아름다울 것
“시대가 달라졌다”…달라진 승무원 채용 기준
이러한 조건들은 오늘날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현재도 일정 수준의 신체 조건(키, 체력 등)은 요구되지만, 외모에 관한 조건은 대부분 폐지된 상태다.
한 네티즌은 이를 두고 “이제는 승객 안전을 위해 공중에서 법 집행도 가능한 승무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다른 이는 “요즘 승무원들은 기내에서 소란 피우는 승객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뼈 있는 농담을 댓글로 남기기도 했다.
50년대 승무원 채용 기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한 직종의 역할과 기준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