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세기 동안 비잔틴 미술은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며 독실한 신앙인들에게 신앙의 방향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 그들을 구원으로 인도했다. 비잔틴 미술가들은 정교회 기독교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특정 스타일, 즉 시각적 언어로 그림을 그렸다. 그 역할은 사제들과 비슷했으며, 그들이 재능을 발휘하는 일은 교훈적인 기능보다는 일종의 거룩한 성찬 전례(典禮)와 같았다.
비잔틴 미술의 모든 부분은 신실한 사람들을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준다. 비잔틴 건물의 모자이크나 그림의 배치, 주제 선택,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태도와 표현까지도 모두 신학적 의미를 담은 전통적인 체계에 따라 결정됐다.
등정을 위한 미술
이집트 시나이산 기슭에 있는 성 캐서린 수도원에서 방문객들은 비잔틴 예술을 대표하는 12세기의 놀라운 작품인 ‘거룩한 등정의 사다리’를 만날 수 있다. 비잔틴 미술가들은 정교회 수도사들에게 사탄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끊임없이 경계하는 마음과 천국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의로움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성 요한 클리마쿠스가 서기 600년경 수도자들을 위해 쓴 영적 지침서인 ‘거룩한 등정의 사다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지침서는 영적 완성의 단계를 30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를 구원에 이르는 사다리로 묘사하고 있다. 성 요한은 아홉 번째 단계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룩한 미덕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야곱의 사다리와 같다. 미덕은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이어져 그것을 선택하는 자를 천국으로 인도한다.“
정교회 신자들은 종종 부활절 전인 사순절 기간에 이 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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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콘(성인들을 그린 그림)에서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수도사들이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 사다리를 오르고 있다. 지상에 있는 한 무리의 수도사들은 고된 등반 중에 닥쳐온 위험에 굴복하고 마는 동료 수도사들을 지켜보고 있다. 하늘의 천사들은 미덕을 구현하고 수도사들을 격려하는 반면, 동물의 꼬리를 가진 그림자 악마들은 수도사들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온갖 수작을 부리고 있다. 어떤 악마는 화살을 쏘고 어떤 악마는 올가미를 씌우기도 한다. 이 악마들은 또한 욕망, 분노, 탐식과 같은 죄가 신실한 신자들을 신성한 사명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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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들은 각 단계를 올라갈 때마다 악을 극복하기 위해 특정한 덕목을 길러야 한다. 천국 가까이에서 수도사들의 시련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중에도 악은 여전히 아주 가까이 있다. 한 불쌍한 영혼은 그리스도에게 가까이 다가갔지만, 여전히 죄를 짓고 타락하고 만다. 타락한 자들은 지옥의 문턱으로 들어가며, 이러한 이콘에서는 종종 용의 형상으로 나타나는데, 이 작품에서는 타락한 수도사 중 한 명을 삼키는 괴물의 머리로 표현됐다.
천국에 계신 그리스도가 사다리 꼭대기에서 축복으로 맞이하는 영광이 승리의 수도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지상의 유혹을 이겨냈고 마지막 단계에서 믿음, 희망, 그리고 가장 높은 형태의 사랑인 자비를 구현해 냈다.
*이혜영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