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파고든 ‘보수 갈라치기’에 與 속수무책

이상준
2025년 02월 21일 오후 9:09 업데이트: 2025년 02월 21일 오후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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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낸 ‘중도 보수’ 발언이 보수 지지층의 표 분산 효과를 이끈 모양새다.

21일 중도층 진영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가 등장했다. 한국갤럽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의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0%, 국민의힘은 34%를 각각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의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국갤럽은 “양당 격차는 여전히 오차 범위(최대 6%p)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지만, 올해 들어 총선·대선 직전만큼 열띤 백중세였던 양대 정당 구도에 나타난 모종의 균열”이라며 “여당 지지도뿐 아니라, 다음 대선 결과 기대, 대통령 탄핵 찬반 등에서도 중도층을 중심으로 여권 지지세가 소폭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32%에서 이번 주 22%로 10%p 하락했다. 반면 민주당은 37%에서 42%로 5%p 상승했다.

중도층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배경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중도 보수’ 노선 강조 행보가 꼽힌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상이란 흑백만 있는 게 아니고 회색도 있는데, 회색은 나쁜 게 아니고 빨강·파랑·노랑 무지개도 있다”며 “명색이 국가살림 하는 정당이 ‘오로지 진보’, ‘오로지 보수’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재차 “안보는 보수인사들이 하고, 사회문화 영역은 진보적 인사들이 할 수 있는데, 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라며 “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도 우리 당을 보수 또는 중도보수라고 많이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 보수’ 행보가 보수 지지층의 분열을 유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비판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조치가 미미하단 지적이다.

우태훈 시사평론가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다수의 정치인들이 진보부터 보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행보 이외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품는 행보를 선보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