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통합 숙제를 떠안은 가운데 ‘대연정’ 카드로 이를 완수하려는 모양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 간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지난 2022년 22대 총선 당시 이뤄진 소위 ‘비명횡사(비명계 공천 제외 논란)’를 시작해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 재임 등에서 불거진 갈등의 골이 지금까지 봉합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최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회동을 비롯해 비명계 주요 인사들과 릴레이 만남 행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여의도 인근 한 식당에서 ‘비명횡사’의 대표적 인물인 박용진 전 의원과 오찬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는 “힘든 상황인데도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 박용진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의 일들이 저한테는 모진 기억이지만 웃는 얼굴로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각각 덕담을 건넸다.
이후 두 정치인은 1시간 40분가량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박용진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2030세대가 볼 때 민주당의 말과 행동이 달라 정치적·도덕적 ‘내로남불’ 사례가 너무 많이 쌓였다”며 “이를 두고 ‘낡은 정치’라고 말하니 그런 면에서 세대교체와 586 정치의 청산이 필요하다는 제 소신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박용진 전 의원으로부터 ‘586 청산’이란 숙제를 받은 것이다. 앞서 김경수 전 지사로부터는 ‘비명계 끌어안기’를 숙제로 받았다. 향후 이재명 대표는 오는 24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오는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오는 28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각각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단, 야권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가 ‘중도 보수’ 노선을 강조하며 ‘진보·중도 보수 빅텐트’ 행보로 비명계가 건넨 숙제를 해결할 것으로 점쳤다.
실제 친명계 핵심 인사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도보수 진영과의 대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성호 의원은 최근 한 방송사 라디오 인터뷰에서 “합리적인 보수 또는 중도보수, 이런 분들까지 저희들과 같이해야만 국민을 통합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대연정 대상 중도보수 세력으로는 개혁신당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단, 개혁신당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연정에 참여할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마치 이재명을 대선 주자로 인정하는 야권 대선 연대와 비슷하게 해석될 수 있다”며 “저희는 이재명을 위한 대선 연대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