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시장, 트럼프 “연방정부 직할” 시사에 반대 표명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 시장이 2월 20일(현지 시간) 워싱턴을 연방정부 직할로 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바우저는 기자회견에서 “물론 당혹스럽다.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하루 앞서, 미국 수도인 워싱턴의 높은 범죄율, 낙서, 노숙자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전날(19일) 에어포스원에서 “연방정부가 워싱턴 D.C.를 접수해야 한다. 우리의 수도를 강력하게 운영하고, 법과 질서로 운영하며, 흠결 없이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워싱턴은 현재 시장과 시의회가 통치하고 있으며, 이들의 입법 및 예산은 의회의 감독을 받는다. 이러한 정부 형태는 1973년 통과된 ‘워싱턴 D.C. 자치법’에 의해 수립됐다.
시장에게서 워싱턴 통제권을 박탈하려면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다. 2월 6일 마이크 리(유타) 상원의원과 앤디 오글스(테네시) 하원의원이 그런 법안을 발의했다.
‘워싱턴 감독 및 모든 주민 안전 보장법(BOWSER)’은 통과 1년 후 워싱턴의 자치권을 종료시킬 것이다.
오글스는 성명서를 발표해 “워싱턴은 지금 살인, 강간, 약물 과다복용, 폭력, 절도, 노숙자 문제로 악명이 높다”며 워싱턴 시장을 비판했다.
바우저 시장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워싱턴은 잘 운영되는 도시다. 우리는 예산 균형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트리플A 채권 등급을 가지고 있고, 최고의 공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학군을 보유하고 있다. 의회 의원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바우저는 트럼프와의 대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그에게 현재의 통치 시스템이 최선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때 트럼프의 주요 관심사가 “인프라와 노숙자 문제, 그리고 공공 안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워싱턴에서 폭력 범죄자들을 단속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우리 사이에 실제로 큰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또한 2020년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워싱턴을 떠날 때의 도시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워싱턴시 당국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처하느라 도시의 미관을 관리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한 지금은 워싱턴의 모습이 많이 변했고, 작년 이후 노숙자 캠프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미래를 둘러싸고 두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하나는 연방정부 직할로 하자는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의견이다. 또 하나는 바우저처럼 워싱턴을 완전한 자치권을 가진 51번째 주(州)로 만들자는 의견이다.
바우저는 “우리가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주(州)가 되는 것이다. 워싱턴이 지금처럼 제한된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항상 의회나 대통령의 변덕에 휘둘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