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은 2월 20일(현지 시간), 51대 49로 캐시 파텔을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인준했다.
파텔은 2016년 7월 당시 FBI와 법무부가 트럼프 캠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 행위를 폭로해 유명해졌다. 그때 FBI가 트럼프의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의 공모 의혹을 조사한 비밀 수사 코드명이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Crossfire Hurricane)’이었다. 이번 표결에서 공화당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수전 콜린스(메인) 상원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파텔 지명에 반대표를 던졌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올린 FBI 국장으로서의 첫 게시물에서 파텔은 FBI를 이끄는 것이 영광이며 변화가 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민은 투명하고 책임감 있고 정의를 추구하는 FBI를 가질 자격이 있다. 우리 사법제도의 정치화는 대중의 신뢰를 약화시켰지만, 그것은 오늘로써 끝난다. 국장으로서의 내 임무는 분명하다. 좋은 경찰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하고, FBI에 대한 신뢰를 재건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FBI가 전 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무기화됐다고 비난해 왔다.
앞서 파텔은 1월 30일 상원 법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FBI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향후 보복적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수사를 비난하면서도 ‘제거 대상자 명단’을 가지고 있다는 혐의는 부인했다.
파텔이 ‘제거 대상자 명단’을 갖고 있다는 혐의는 그의 저서 ‘정부 갱스터들: 딥 스테이트, 진실, 그리고 우리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말미에 있는 명단에서 비롯됐다. 그는 책의 부록에서 ‘행정부 딥 스테이트 구성원들’을 거명한 바 있다.
청문회에서 그는 마샤 블랙번(테네시) 상원의원을 도와 이미 사망한 금융인이자 아동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아동 성매매 활동에 연루된 자들을 찾아내겠다며 “과거에 일어난 일의 전모를 미국 국민이 알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상원의 핵심인 법사위원회는 파텔 지명을 당파에 따라 12대 10으로 통과시켰으나, 의원들은 그에 대해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파텔은 페이스 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받고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국제법 자격증을 취득한 후 제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활약했다. 그는 하원 정보위원회 선임 고문으로 일하면서 데빈 누네스(캘리포니아) 당시 위원장과 함께 ‘크로스파이어 허리케인’ 수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제1기 트럼프 정부의 국가안보회의에서 대테러 국장직을 맡았다. 이후 리처드 그레넬 국가정보국 장관 대행의 선임 고문,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의 비서실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상원 법사위원장인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의원은 파텔이 고위직 경험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적시에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래슬리는 2월 18일 파텔의 지명에 대한 상원 전체 투표에 앞서 “그의 경력은 인기 없지만 정의로운 대의를 위해 싸우고, 부패를 폭로하며, 미국을 최우선시하는 하나의 연구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법사위원회 민주당 간사 딕 더빈(일리노이)을 비롯한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2월 13일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며 파텔의 지명에 반대했다.
그는 “캐시 파텔의 기록을 검토하고, 그와 만나고, 청문회에서 질문한 후, 나는 그가 FBI를 이끌 경험도, 판단력도, 기질도 갖추지 못했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하며, 이전에는 FBI 국장 후보가 공화당원이라도 지지했었다고 언급했다.
더빈은 파텔이 인준 전에 이미 FBI 내 해고를 지시하고 있었다는 내부고발 의혹에 주목했다.
이 의혹은 1월 29일 브라이언 드리스콜 FBI 국장 대행이 소집한 회의에서 나왔다. 드리스콜은 파텔이 취임하면 자리를 비울 인물이다. 이전 FBI 국장 크리스토퍼 레이는 트럼프가 취임하기 직전 사임했다.
더빈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특정 FBI 직원들이 사임하거나 해고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전달’됐다. 그는 “KP(캐시 파텔)는 법무부의 조치에 부응, FBI에서의 인사이동을 원한다”고 적힌 회의록을 인용했다.
글렌 아이비(메릴랜드) 하원의원도 2월 초 다른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파텔 지명에 대한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의 공직자’로서 ‘중대한 범죄와 비행’을 저지른 FBI 국장은 헌법에 따라 탄핵될 수 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하원의원이 2023년 레이 전 FBI 국장을 탄핵하기 위한 결의안을 제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아이비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탄핵 시도가 시작조차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FBI는 법무부 소속 기관으로, 현재는 전 플로리다 법무장관인 팸 본디가 이끌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연방 법집행기관인 국토안보부는 현재 1월에 인준된 크리스티 노엠이 이끌고 있다. 1월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파텔은 FBI가 국가안보와 방첩을 위협하는 국가 출신의 불법 외국인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국토안보부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