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장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 속에, 중국 정부가 내수를 확대하고 소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실질적인 경제 회복에는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공업정보화부(공신부), 상무부, 문화관광부는 지난 17일 합동으로 ‘2025~2027 소비 환경 최적화 3개년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오는 2027년까지 소비 환경을 전면 개선해 소비 업그레이드를 촉진하고, 내수 확장을 목표로 한다.
당국은 △소비 공급의 질적 향상 △소비 질서 최적화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 △소비 환경 공동 관리 △소비 환경 선도 등의 5대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제조업 품질 우수성 프로젝트’를 통해 ‘메이드 인 차이나’의 전반적인 이미지 향상과 소비자 분쟁의 원천적 해결, 불공정 거래, 가격 사기, 허위 광고 등의 위법 행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대만 난화(南華)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쑨궈샹(孫國祥)은 “중국 경제의 본질적 문제는 구조적인 데에 있다”며 “내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와 같은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쑨 교수는 현재 중국 경제는 부동산 위기, 고용 시장 침체, 민간기업 위축, 소비심리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순히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거나 허위 광고 단속을 강화하는 소비 환경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소비심리 위축은 소비 환경보다 경제 침체가 주 원인”
중국 문제 전문가 왕허(王赫) 역시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장 큰 원인은 구매 여력의 하락에 있다”에 있다며 경제 회복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관광지 바가지 요금, 유해 식품, 가짜 상품 등의 관리를 부실하게 해온 정부가 이제 와서 ‘소비 환경 개선’을 말하는 것은 소비자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중국 가계의 소비 위축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 신문은 상하이 하쿠호도(博報堂)생활종합연구소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중국 소비자 80%가 소비 수준이 하락했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전국적 명성의 관광지인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의 경우, 올해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15.9% 감소했고, 면세점 매출도 29.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문제의 핵심인 구조적 개혁 외면…효과 미비할 것”
대만 윈린(雲林)과학기술대학 금융학과 정정빙(鄭政秉) 교수는 “중국의 소비 비중은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선진국 평균인 60~7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경제의 어려움은 단순히 소비 환경이 아니라, 시진핑 체제 아래 민간 기업의 위축과 국유 기업의 비대화, 지정학적 긴장 심화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런 환경에서 소비 환경 개선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며 “중국 정부의 이번 3개년 계획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발개위, 공신부 등 중국 경제 분야 정부 부처의 공동 발표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중국을 비판적으로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결국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공산당의 영도를 따라야 하는 중국 정부의 경직된 체제와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통제 정책 아래에서는 민간의 역량 발휘를 보장해야 하는 경제 환경이 점차 악화할 것이며, 국민의 소득과 소비 여력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중국 정부 관리들도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외면한 채 소비 환경 개선을 내세우는 것은 공산당 체제의 한계 때문”이라며 “결국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대책은 반짝 효과와 선전에 그치고 궁극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