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도우 빌딩은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의 중앙 출입구로, 19세기에 학부생들을 위해 지어졌다. 이 건물은 베네치아 고딕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세부 요소가 돋보이며, 특히 중앙 탑의 뾰족한 첨탑과 창문의 석조 트레이서리(석재 격자 장식)가 그 특징을 잘 보여준다. 저명한 아일랜드 건축가 T.N. 딘이 설계한 메도우 빌딩의 고딕 건축 양식은, 빅토리아 시대에 크라이스트처치 출신인 영국의 저명한 예술 평론가이자 역사학자인 존 러스킨에 의해 대중화됐다. | Serg Zastavkin/Shutterstock
영국 옥스퍼드에서 가장 명망 높은 대학 중 하나인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 이 건물이 품은, 시대를 초월한 역사를 살펴보자.
1546년에 설립된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단과 대학이자 영국 성공회 대성당인, 독특하고도 복합적인 역사적 건축물이다. 이곳의 졸업생 명단에는 영국 문화, 학문, 정치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가득하다.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는 영국 대학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 명작 중 하나로 여러 문학 작품의 영감이 됐으며, 영화 촬영지로 사용됐고, 유럽, 미국, 호주 등 여러 학교의 모델이 됐다.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의 일부는 그 역사가 12세기 수도원인 ‘세인트 프리데스와이드 프리오리 수도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수도원의 예배당이 오늘날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의 중심부가 됐다.
이 수도원은 원래 노르만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이후 고딕 양식으로 발전했다. 고딕 양식은 뾰족한 아치로 특징 지어지는 중세 건축 양식이다.
성가대석, 트랜셉트(본당과 부속 건물을 연결해 주는 공간), 본당, 그리고 중앙 탑은 후기 노르만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라틴 예배당에서는 화려한 고딕 양식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건물 전체에서 다양한 건축 양식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1525년, 토마스 울지 추기경은 이 수도원을 중심으로 ‘카디널 칼리지’라는 대학을 건설하고자 했다. 이는 대대적인 개조, 인근 건물의 통합, 새 건물 신축을 포함하는 대규모 공사였다.
그러나 1529년 공사가 조기에 중단됐고, 이후 헨리 8세가 이를 다시 추진하면서 1546년,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로 재설립했다. 이때 그는 기존 수도원 예배당을 옥스퍼드의 새 교구 대성당으로 전환했다.
초기 울지 추기경이 구상했던 나머지 학교 건물들은 고딕 양식에 고전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형태로 이후 수십 년을 더 거쳐 완성됐다.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는 이후에도 지속적인 증축과 개조를 거쳤다. 1681년부터 1682년까지 크리스토퍼 렌 경이 설계한 종탑이 건설됐으며, 18세기 초에는 엄격한 팔라디오 양식의 펙워터 쿼드랭글(사각형 모양의 건물들로 둘러싸인 안뜰 공간)이 추가됐다.
마지막 주요 보수 공사는 빅토리아 시대의 고딕 부흥기에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는 토마스 딘 경이 설계한 메도우 빌딩과 존 빌링, 조지 길버트 스콧 경이 맡은 대성당 개조 작업이 포함됐다.
그레이트 홀은 과거 학생들과 구성원들의 초상화로 장식됐으며,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의 톰 쿼드에서 가장 웅장한 공간 중 하나로 손꼽힌다. 홀의 맨 끝 벽에는 대학 설립자인 헨리 8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16세기에 험프리 코크가 설계한 그레이트 홀의 궁륭 천장(한가운데가 높고 길게 굽은 아치형 구조의 천장)은 르네상스 목공예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여과된 빛이 홀 내부로 들어오며,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의 유서 깊은 전통을 기념하는 역할을 한다. | agsaz/Shutterstock그레이트 쿼드랭글(일명 톰 쿼드)은 옥스퍼드 대학 내에서 가장 넓은 중정이다. 1681년, 바로크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은 톰 타워의 종루 속에 ‘그레이트 톰’ 종을 설계해 고딕 건축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이곳은 원래 16세기 회랑으로 계획됐으며, 건물 외부에서 여전히 기둥과 아치형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톰 쿼드 중앙에 위치한 연못과 분수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화재 발생 시 물 저장고 역할을 하는 실용적인 기능도 수행했다. | Serg Zastavkin/Shutterstock13세기에 지어진 대성당의 ‘성모 예배당’은 초기 고딕 양식의 추가 건축물 중 하나로, 대부분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흰색과 옅은 회색 석재, 우아한 조각과 단순함의 조화, 빛이 가득한 내부 공간은 모두 초기 고딕 건축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 Pablo L Mendoza/Shutterstock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의 팩워터 쿼드에 위치한 새 도서관은 거대한 코린트식 기둥(고대 그리스 로마 건축의 3대 기둥 양식. 상단부에 화려한 잎사귀 장식이 특징)을 갖추고 있어, 기존의 고딕 양식에서 벗어나 팔라디오 양식을 따르고 있다. 이 건축 양식은 베네치아 출신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에 의해 발전된 것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신전에서 볼 수 있는 대칭성과 원근법을 기반으로 한다. 성직자이자 건축가, 작곡가, 고전학자였던 헨리 올드리치가 18세기 초에 이 건물을 설계했다. | Serg Zastavkin/Shutterstock과거 ‘세인트 프리데스와이드 프리오리 수도원’이었던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는 1122년에 처음 건축된 이후,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건축적 변화를 겪어왔다. 19세기에 고딕 부흥기 건축가인 스콧이 대성당 내부를 새롭게 설계했다. 이 대성당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 요소로 손꼽히는 15세기경 완성된 석조 궁륭 천장은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예로 평가받는다. 길게 이어진 성가대석 측면에는 종교적 장면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으며, 그 위에는 동물과 천사들의 조각이 장식되어 있다. | DAVID ILIFF/CC BY-SA 3.0라파엘로 이전의 중세 말과 르네상스 초기 미술을 주장한 ‘라파엘 전파’ 화가, 에드워드 번 존스가 디자인한 세인트세실리아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그가 크라이스트처치 건물을 위해 설계한 다섯 개의 창문 중 하나다. 창문 속 세실리아의 약간 기울어진 머리는 단테 게이브리얼 로세티의 유명한 초상화 ‘레이디 릴리스‘와 유사하다. 그녀의 이목구비와 형식화된 헤어스타일은 라파엘 전파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성상을 연상시키며, 대성당의 고딕 건축과도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 Christoph Matthias Siebenborn/CC BY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