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탈북어민 강제북송’ 판결…솜방망이 처벌 논란

이상준
2025년 02월 20일 오후 6:21 업데이트: 2025년 02월 20일 오후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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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당시 소위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보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징역형 선고를 유예받자 뒷말이 무성하다.

20일 사법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는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정원장에 각각 징역 10개월의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선고유예는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에도 가벼운 범죄라 판단될 때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 주는 판결이다. 검찰의 기소유예 기능과 유사한 조치기도 하다.

이는 지난 2019년 사건이 벌어진 지 약 5년 만에 나온 법원의 판결인 점에서 정치권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정의용 전 실장과 서훈 전 원장뿐 아니라,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역시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가 결정됐다.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연루된 이 사건은 2019년 11월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에서 나포된 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과정이 문제가 됐다.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관련 기관 공무원에 의무에 없는 일을 지시한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시 정권 안보라인 인사들은 직권남용 혐의로 2023년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반발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북송된 어민들은 며칠 후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끌려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던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운을 뗐다.

호준석 대변인은 그러면서 “그런데 재판부는 ‘범죄는 맞지만 벌은 주지 않겠다’며 징역형 선고를 유예했다”며 “항소심을 통해서는 반드시 엄정한 선고가 내려지길 기대한다. 선고는 유예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최고 책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재차 “국정 최종 책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비극들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한 적이 없다”며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서는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감사원의 서면조사조차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탈북 어민 강제북송 유죄 판결 후에도 그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그의 사과로 잃어버린 생명을 다시 찾아올 수는 없겠지만, 한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반인권 범죄에 대해 사과는 했다는 역사의 기록은 남겨야 하지 않겠나”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