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난해 신용카드 발급량 4천만 장 감소…대출 연체는 급증

강우찬
2025년 02월 20일 오후 6:17 업데이트: 2025년 02월 20일 오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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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발급량 9분기 연속 감소, 이용액도 감소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기업과 개인의 소득이 줄고, 소비자 대출의 연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신용카드 및 일정 규모 대출 기능이 포함된 체크카드(准贷记卡)의 발급량이 전년 대비 4천만 장, 2022년 4분기 대비 8천만 장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이용자가 줄어드는 반면, 연체 대출 규모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가계 신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지난17일 발표한 ‘2024년 결제 시스템 운영 현황’ 보고서에서 2024년 말 기준 신용카드 및 대출 겸용 카드의 발급량이 7억 2,700만 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말보다 4천만 장(5.14%) 감소한 수치로, 신용카드 발급량이 9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2년 4분기와 비교하면 총 8천만 장이 줄었다.

발행량 대폭 감소에 은행들, 카드 사업 잇따라 축소

이러한 감소세에 따라 다수의 중국 은행들이 신용카드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2024년 들어 민생(民生)은행, 포발(浦發)은행, 화하(華夏)은행, 중신(中信)은행 등이 신용카드 혜택을 조정하며 일부 제휴 카드를 중단했다.

한 지방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항공사 제휴 카드, 주유 할인 카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상품이 많아서, 하나의 은행에서 여러 종류의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고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이) 이런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분사(分社) 폐쇄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교통은행은 HSBC와 합작회사인 ‘태평양 신용카드’의 구이양, 난창, 선전, 란저우 등 4개 지역 분사를 폐쇄했다. 화하은행, 몽상(蒙商)은행, 평안(平安)은행, 상하이농상은행도 지난해부터 신용카드 관련 지점을 정리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 규모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평안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용카드 대출 잔액(미상환 금액)이 전년 말 대비 11.9% 감소했다. 중신은행도 같은 기간 신용카드 미상환 금액이 4.36% 줄었다.

이용자들이 카드값을 연체하지 않고 제때 납부하면, 이용액이 많더라도 미상환 금액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카드 여러 개를 돌려막기 하거나 쪼들리는 생활비를 카드 빚으로 충당하는 사람이 많아 미상환 금액으로 신용카드 사용 규모를 추정하게 한다.

카드 사용액 줄고, 대출 연체는 증가…소비심리 위축

신용카드 이용은 줄어들고 있지만, 연체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신랑재경(新浪財經)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6개월 이상 연체된 신용카드 대출 총액은 1,239억 6,4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6.32% 급증했다. 연체율도 1.43%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매체 증권시보(證券時報)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개인 부실 대출 거래 규모가 1583억 5,000만 위안(31조3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개인 소비 대출이 전체 부실 대출의 6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개인 사업 대출 및 신용카드 대출이 뒤를 이었다.

중국의 신용카드 이용 감소와 연체 대출 증가 현상은 소비 심리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을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 속에서 개인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 위험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은행들이 신용카드 사업을 축소하고, 소비자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중국 내 소비 위축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금융당국의 신용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