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국회 측 주장 조목조목 반박
헌재, 재판부 평의 거쳐 선고 기일 결정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 놓고 양측 대립
헌법재판소가 19일 오후 2시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 변론기일을 단 한 차례만 진행하고 종결했다. 이날 변론기일은 국회가 한 총리를 탄핵 소추한 지 54일 만에 열렸다.
선고 기일은 재판부 평의를 거쳐 정해지면 양측에 통지하기로 했다.
재판은 총리 측의 의견 진술, 앞서 두 차례 진행된 변론준비기일 결과 상정, 변론준비기일 이후 제출된 서면과 당사자 의견 청취 및 증거 채부 결정·조사, 양측의 최종 의견 진술 순서로 진행됐다.
국회 측은 한 총리가 ▲채 해병‧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한 점 ▲12·3 비상계엄 사태 동조·묵인·방조한 점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점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지연한 점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한 점 등을 탄핵 소추 사유로 삼았다.
변론에 출석한 한 총리는 직접 국회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총리는 먼저 채 해병‧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은 “위헌 소지가 있어 헌법을 지켜야 할 행정부가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헌정 질서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의 12.3 비상계엄 동조·묵인·방조 주장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의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군 동원에도 일체 관여할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계엄 직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당정 공동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힌 배경에 대해선 “대외 신임도가 흔들리거나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 안정된 국정 운영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 국회 주장처럼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서가 전혀 아니라고 주장했다.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지연 사유에 대해서는 “국회의 요구에 따르는 쪽이 오히려 우리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공론 분열을 심화시킬 우려가 컸고, 하위 법령을 고친 것에 대한 위헌 논란이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의 실질적 합의 없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 전례가 없다는 점을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특히 한 총리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마은혁·정계선·조한창)을 즉시 임명하지 않은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삼았다.
한 총리는 “제게 남은 꿈은 하루빨리 불합리한 혐의를 벗고 국민께 약속드린 마지막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재판부에 신속한 심리를 요청했다.
이어 “세계 질서가 재편될 때 정부가 적시에 대응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오래도록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제가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이날 탄핵 심판 변론 절차를 즉각 종결하면서 정부 내에서는 빠른 결론과 한 총리의 조속한 직무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탄핵심판 첫날 최후변론까지 마친 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가 이번 주 변론을 종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헌재에서 한 총리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 즉각 업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다시 수행하게 된다. 외교 통상 전문가인 한 총리가 직무에 복귀하면 국정 수습에 큰 도움이 될 거란 기대도 나온다.
이날 오후 4시부터 권한쟁의 심판 변론이 진행됐다. 한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간 권한 다툼을 헌재가 판단하는 제도다.
한 총리 대리인단은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 논란을 언급했다. 헌법에서 정한 탄핵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탄핵 소추 사유는 명백히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각하 내지 기각을 요청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한 총리 탄핵안을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통과시켰다.
당시 국민의힘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은 만큼, 대통령 탄핵 정족수와 동일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한다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면, 국회 측은 의결정족수 논란에 대해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고 해도 기본적인 지위는 총리이므로,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것은 아무 문제 없다”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