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이나戰 휴전 논의 속 러시아와 관계 확대 모색

리안 모건(Ryan Morgan)
2025년 02월 20일 오후 2:44 업데이트: 2025년 02월 21일 오전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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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진하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2월 18일(현지 시간) 미-러 관계 전반의 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러 대표단 회담 이후,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와의 외교 채널 복구를 위한 여러 새로운 구상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미-러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협의 메커니즘 구축과 양국 영토 내 외교공관 정상화가 포함된다.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회담에는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함께 참석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이끌었으며,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자문관과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대표가 함께 참석했다.

회담에 앞서 라브로프는 이번 회담이 우크라이나 분쟁뿐 아니라 ‘미-러 관계 전반’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우샤코프는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리야드 회담에서 모든 이슈에 대한 매우 진지한 대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한 우샤코프는 양측이 회담에서 서로의 이해관계를 고려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에 관심을 보였으나, 우샤코프는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다음 주까지는 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상황이 안정되면 언젠가 중국, 특히 러시아와 만나 ‘우리가 군사비로 거의 1조 달러를 쓸 이유가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대통령은 세 나라가 각각 군사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자는 제안으로 시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예프는 리야드 회담에서 양측이 서로를 존중하며 대했지만, 주요한 외교적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타협을 논의하기엔 아직 이르다. 양측이 서로 소통을 시작하고, 서로의 말을 듣기 시작했으며, 대화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공관 정상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약 3년 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급격히 확대하기 이전부터 수년간 경색돼 왔다. 그 과정에서 양국은 상대국 주재 외교공관을 축소해 왔다.

2016년 첫 대선 운동 당시 트럼프는 “우리가 실제로 러시아와 잘 지낸다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고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였지만,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첫 임기를 시작했다.

2018년 3월 26일 시애틀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 건물 위에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 Lindsey Wasson/Reuters/연합

2016년 12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된 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보요원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외교관 35명의 추방을 명령했다. 또한 메릴랜드와 뉴욕의 러시아 외교관 시설 사용권도 무효화시켰다.

모스크바는 2017년 7월 이에 대응해 주러 미국 외교공관에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수준으로 직원을 감축하라고 명령했다.

2018년 3월, 러시아 요원들이 영국에서 전 러시아 스파이를 군사용 신경작용제로 공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트럼프는 시애틀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 폐쇄와 러시아 외교관 60명의 추방을 지시했다. 모스크바는 이에 맞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와 미국 외교관 60명의 추방을 명령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예카테린부르크 주재 미국 영사관은 주러 미국 대표부의 심각한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정상 운영을 중단했다.

2월 18일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루비오 국무장관은 외교공관 정상화가 관계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과 러시아 간 지정학적, 경제적 협력을 더 확대하는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25년 2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사우디 외교부 청사에서 파이잘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외교장관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맞이하고 있다. | Evelyn Hockstein/Pool/AFP via Getty Images

우크라·유럽, 美-러 접촉 경계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다른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교류 진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이번 회담에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주 리야드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3월 10일로 연기했다. 그는 자신의 방문이 앞서 있었던 미-러 회담과 어떠한 우연의 일치로도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월 18일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리야드 회담에 우크라이나가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 답변을 요청받았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3년 동안 분쟁의 당사자였다. 그리고 그 분쟁은 일찍이 매우 쉽게 해결될 수도 있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이어 자신이 초기에 협상에 관여할 수 있었다면, 러시아군이 점령한 많은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잃지 않도록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전쟁 전반에 걸친 인명 손실과 광범위한 파괴를 피하도록 할 수 있었을 거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추진과 러시아의 강압과 공격을 우려하는 유럽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프로세스에서 유럽을 배제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2월 17일 파리에서 유럽 지도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최종 평화 협정이 동맹국들의 안전 보장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실은 2월 18일 “안전 보장은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며 “취약한 휴전과 같은 다른 해결책은 러시아의 또 다른 기만이자 우크라이나나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새로운 전쟁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3년 5월 14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 Michel Euler/AP Photo/연합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월 12일 평화유지군의 일환으로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NATO의 상호방위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조건 하에서 유럽 등의 국가가 평화유지군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국적 유럽군 창설을 촉구해 왔다.

유럽 지도자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 합의를 도출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계속할 의향을 보이면서도 자국군을 우크라이나 내 평화유지 임무에 투입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것을 고려할 의향이 있지만 미국의 안전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은 제 역할을 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평화협정이 있다면 다른 국가들과 함께 영국군의 지상 배치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미국의 보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의 안전보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