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끝내 무산…‘원내 1당’ 민주당 책임론 솔솔

2025년 02월 19일 오후 8:07

정치권에서 소위 ‘뜨거운 감자’였던 ‘반도체 특별법’이 끝내 무산됐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반도체 특별법 처리’가 무산됐다. 앞서 민주당에선 반도체 산업 연구직들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최근 입장을 달리했다. 이러한 입장 변화가 반도체법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당 원내대책회의 때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절실한 요청을 묵살해 버렸다”며 “육상선수 발목에 족쇄를 채워놓고 열심히 뛰라고 응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원내 1당인 민주당을 질타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재차 “미국 엔비디아는 고강도 근무 문화로 유명하고 대만 TSMC 역시 주 70시간 이상 일한다”며 “경쟁국이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한국 반도체 산업만 민주당 때문에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실제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필요한 조치를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해 재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또 지난 3일 열린 당 반도체법 토론회에서도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냐 하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재계에서도 국민의힘과 비슷한 반응을 드러냈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이재명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긍정적인 입장이 아니었나”라며 “그런데 민주당의 입장은 노동계의 입장에 조금 더 힘을 실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재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은 살얼음판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중국 업계가 턱 밑까지 추격했고, 파운드리(위탁 생산) 반도체 분야에선 대만 기업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현재 파운드리 분야에선 대만 소재 ‘TSMC’가 사실상 1강을 형성한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반도체 산업은 다시 한번 전환기를 맞이했다”며 “모두 AI와 기존 산업을 연결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 시기에선 낙오하면 다시 생존하기 어렵다. 기존 PC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매각설이 돌고 있는 인텔을 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근로시간 유연화를 외면한 채 경쟁력 있는 기업이 나오길 기대하는 건 과대망상에 불과하다”며 “지금이라도 반도체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여야가 힘을 모을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