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비용도 들지 않은, 단지 약간의 관점 전환만이 필요한 약이 있다면? ‘선(善)의 치유력’시리즈에서는 선량한 행동과 건강 사이의 잊혀진 연결고리를 살펴본다. 그 다섯 번째 순서로 ‘경외심‘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경외심은 현재 당신이 이해하는 세계를 초월하는 거대한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대처 켈트너는 그의 저서 ‘일상적 경외심이 당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서 이렇게 서술했다.
이러한 감정은 보통 자연의 숭고함을 관찰할 때 느낀다. 웅장한 산맥, 나무들, 광활한 사막 또는 넓은 해평선 등을 마주할 때다.
하지만 자연만이 경외심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며, 가장 흔한 원천도 아니다. 더욱이 경외심은 순간적인 경이로움이나 영감의 감정을 넘어서 우리의 건강에 적어도 다섯 가지 방식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외심의 원천
사람들은 철학적 통찰, 과학적 발견, 음악, 시각적 디자인, 깨달음, 인상깊은 업적 그리고 영성과 종교를 통해 경외심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다른 흥미로운 사람들에 대해 배우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이 자극된다. 연구에 따르면 참가자들이 마더 테레사와 같은 영감을 주는 인물들의 영상을 볼 때 경외심이 유발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흔한 경외심의 원천을 알아내기 위해, 켈트너는 전 세계 참가자들에게 경외심을 느끼게 한 이야기를 수집⋅분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수집된 2600개의 이야기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경외심의 원천은 도덕적 아름다움이었다. 의도와 행동의 순수함과 선함이 깃든 특별한 미덕과 인격을 말하는데, 사람들의 용기, 친절, 강인함 또는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을 목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낯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나 재난 시 보여주는 친절한 행동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도덕적 아름다움에는 사람들이 삶의 시작 또는 끝에 대해 느끼는 경외심도 포함된다. 많은 어머니는 출산이 가장 중요한 경외심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켈트너는 그의 책에서 일본의 한 어머니가 “부모가 된다는 것의 깨달음과 책임감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에 깊이 감동했고, 이제부터 나는 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러시아의 한 어머니는 출산 후, 온 세상을 껴안고 싶었다고 표현했다. 아버지들 역시 경외심을 느낀다. 인도네시아의 한 남성은 “하나님께서 아내에게 주신 아름답고 놀라운 선물을 믿을 수 없었고, 아들을 주신 하나님께 경외심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켈트너에 따르면, 돈과 소유물은 경외심에 기여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 누구도 자신의 노트북, 페이스북 또는 스마트폰을 언급하지 않았다. 신상품 나이키, 테슬라 또는 구찌 가방을 언급한 사람도 없었다. 켈트너는 “경외심은 물질주의, 돈, 획득 그리고 지위 과시의 세속적인 세계와는 분리된 영역에서 나오고 많은 이들이 신성하다고 부르는, 세속을 초월한 영역에서 발생한다”라고 했다.
모두가 말하는 보편적 언어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세계 12개의 다양한 지역에서 경외심은 즐거움, 만족감, 고통 등 보편적 표현이 거의 유사한 얼굴 표정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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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초월해 불꽃놀이나 유성을 볼 때처럼 경외심으로 압도될 때, 그 사람의 얼굴은 변화해 동일한 표정을 만들어낸다. 눈썹이 높이 솟아오르고, 장엄한 광경의 모든 세부적인 것들을 흡수하려는 듯 눈이 커진다. 턱이 느슨해지고, 입은 말 없는 경이로움의 순간에 얼어붙은 듯 살짝 벌어진다. 보이지 않는 실에 이끌리듯 머리가 살짝 뒤로 기울어질 때, 경외에 빠진 사람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어린다.
한 연구는 분노, 공포, 슬픔을 포함한 16가지 감정에 대한 음성 반응을 10개의 문화권과 심지어 부탄의 외딴 마을에서도 테스트했다. ‘와’ 그리고 ‘와우’와 같은 경외심의 소리는 약 90%의 정확도로 인식돼, 경외심이 가장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감정 중 하나임을 보여주었다.
경외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경외심은 다섯 가지 방식으로 신체 건강에 도움을 준다. 첫 번째는 면역 체계의 변화를 통해서다.
면역조절제인 사이토카인은 면역 체계가 더 열심히 일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화학적 전달자다. 이것들은 병원체를 죽이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친염증 반응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사이토카인 반응은 관절염, 알츠하이머, 우울증과 같은 질환들과 관련이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COVID-19 환자들에게서 관찰된 ‘사이토카인 폭풍’은 중증 증상과 같은 좋지 않은 결과와 동의어가 됐다.
새롭게 등장하는 연구들은 우리의 신체 건강에 있어 긍정적인 감정들의 역할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모션(Emotion) 저널에 실린 2015년 연구는 기쁨과 사랑과 같은 여러 긍정적인 감정들이 염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사이토카인 인터루킨-6 (IL-6)의 수준을 낮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사이토카인 수준 감소의 가장 큰 인자는 기쁨보다 최대 3배 더 효과가 있는 ‘경외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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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티픽 리포츠 저널에 발표된 22일간의 종단 연구는 COVID-19 대유행 동안 성인들과 의료 전문가들을 관찰했고, 사람들이 매일 더 많은 경외심을 경험할수록 더 적은 스트레스를 받고, 더 적은 두통과 수면 장애를 보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경외심이 염증을 경험하고 있거나 COVID-19 대유행과 같은 급성 및 만성 스트레스를 겪는 기간에 개인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작아지는 ‘나’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양 바이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한 연구를 진행했다. 며칠에 걸쳐 42개국에서 온 1100 명 이상의 여행자를 만났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광활한 요세미티 계곡을 바라보면서 종이에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그 옆에 ‘나’라고 쓰도록 요청했다.
대조군으로는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거리인 피셔맨스 워프에서 같은 작업을 수행했다. 이곳은 인기 있는 관광지이지만, 요세미티만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진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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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에 있던 참가자들은 자신을 최대 33% 더 작게 그렸고, ‘나’라는 글자도 더 작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그려진 자아의 크기와 ‘나’를 얼마나 크게 표현했는지는 개인이 얼마나 자아 중심적인지를 보여주는 꽤 좋은 지표라고 한다.
이러한 자아 인식의 변화는 중요한 사회적 결과로 이어진다. 한 실험에서 1분 동안 높은 나무들을 바라본 참가자들은 현대식 과학 건물을 바라본 대조군보다 다른 사람이 떨어뜨린 펜을 줍는 것을 도와줄 가능성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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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외심을 경험한 사람들은 연구 참여에 대한 보상금을 덜 받아 갔고, 자격지심과 자기애적 성향이 덜한 것으로 보고돼, 경외심이 친사회적 행동을 증가시키고 자기중심적 성향을 줄이며 개인적 이득에 대한 집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우주 관광객 아누쉐 안사리는 우주에서 느낀 엄청난 경외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 경험은 모든 기대를 뛰어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모든 것을 관리 가능한 크기로 축소시키는 것 같습니다. 크고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모든 것들, 우리는 이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지구의 평화, 문제없습니다. 사람들에게 그런 종류의 에너지를 줍니다. 그런 종류의 힘을, 저는 그것을 경험했습니다.”
아마도 경외심이 우리를 더 영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2013년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본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더 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경외감에 대한 경험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동기를 증가시키며, 이것이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믿음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영적 자극은 더 나아가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증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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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너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의 몸은 경외감을 주는 건강한 자연에 반응합니다. 마치 몸이 맛있고 영양가 있는 식사, 좋은 수면, 갈증을 해소하는 물 한 잔 또는 친구나 가족과의 즐거운 모임에 반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영양을 공급받고, 힘을 얻고,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이는 또한 심혈관 질환, 자가면역 질환, 당뇨병,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불안 그리고 일상적인 통증을 줄여준다.
그는 “일상적인 경외심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고 말했다.
우리는 삶을 탐구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자주 놓치게 되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우리를 둘러싼 감동적인 사람들의 친절을 찾음으로써 이러한 경외심을 되찾을 수 있다.
*한교진 기자가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