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시진핑과 민영기업 간담회, 어떤 신호 줬나…‘침몰하는 배’ VS ‘경제 자신감’

2025년 02월 19일 오후 6:58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미중 관계가 계속 냉각되는 가운데, 중국공산당 주석 시진핑은 지난 17일 주요 민영기업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도 참석한 이 모임을 둘러싸고 관영매체의 찬양과 여론의 비판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18일 중국공산당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전날 “이 간담회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시진핑이 집권 이후 민영기업과 민영경제의 발전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공산당은 민간(民間)기업 대신 민영(民營)기업, 민영기업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공산주의 중국에서는 모든 소유는 국가와 그 대리자인 공산당이 소유하고 있으며 민간은 잠시 빌려서 경영만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유는 있으나 민간은 소유 없이 ‘민영’만 존재한다.

또한 신화통신은 시진핑이 이날 연설을 통해 “민영경제의 건강한 고품질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강력한 자신감과 동기를 불어넣었다”며 추켜세웠다.

하지만 신화통신의 칭송과 달리 시진핑의 ‘공동부유’ 정책은 중국 안팎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민영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경영진을 체포하거나 구금하는 등 압박을 가해 사회적 기부에 동참하도록 요구했다. ‘민영경제 탄압’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신화통신 역시 이러한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시진핑의 책임을 회피하려 시도했다. 통신은 기사에서 “‘공유제 경제와 비공유제 경제 모두 흔들리지 않게 한다(兩個毫不動搖)’는 원칙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사회에서 얼마간 잘못된 논의가 있었다”고 논란을 시인했다.

이어 “이는 민영기업의 발전 의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2022년 12월 베이징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민영경제의 발전과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한 발언 등을 인용하며 “시진핑 총서기는…(중략)…항상 민영기업과 민영기업가를 자기 국민으로 대했다”고 했다.

공동 부유 정책 시행 후 민영경제가 위축되며 경제 침체를 더욱 심화시킨 것을 두고, 중국 경제의 최고 경영자인 시진핑의 책임을 쏙 빼놓는 노골적인 의도가 엿보였다.

신화통신은 간담회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진핑 주석은 민영기업과 민영기업가들에게”, “먼저 부유해짐으로써 공동부유를 촉진하고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새로운 기여를 하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마무리하며 민영기업가들을 북돋웠다고 전했다.

마윈, 오랫만에 등장했지만 발언 기회는 없었다

이날 민영기업 간담회에는 샤오미 회장 레이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중국 전기차 BYD의 왕촨푸 회장, 중국 최대 배터리기업 CATL 쩡위친 회장,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참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마윈이 이번 간담회에 참석해 시진핑과 대면한 모습을 방송에 내보냄으로써, 중국공산당은 경제 활력을 되돌리기 위해 민영 기업가들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주려 한다고 봤다.

하지만 마윈은 카메라에 잠깐 비쳤을 뿐, 그에게 발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또한 중국공산당 관영매체 기사에는 마윈의 이름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정권을 비판한 큰 죄인이지만, 특별히 다시 조국에 봉사할 기회를 주겠다는 공산당식 태도를 드러냈다.

이 간담회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해외 중국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소셜미디어 엑스(X)에는 간담회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링크하고 “민영 기업가를 다시 소집할 정도로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라고 논평한 중국어 게시물이 호응을 얻었다.

또 다른 X 이용자들은 “마윈은 바보가 아니다”라며 “한 번, 두 번까지는 속아도 세 번은 속지 않는다. 판스이, 리카싱 등은 이미 해외에 도피처를 마련해 뒀다”며 “부르니까 모이긴 했지만, 그들은 그저 배가 가라앉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라고 말했다.

판스이는 마윈과 함께 중국 경제계의 풍운아로 불리던 인물이다. 마윈이 전자상거래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면, 부동산 투자회사인 소호차이나 회장 판스이는 부동산 업계에서 막대한 부를 일구며 중국 경제에 파란을 일으켰다. 둘 다 ‘탈중국’ 행보를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계 미국 경제학자인 리헝칭(李恒靑)은 “중국공산당 관영 매체들이 며칠 동안 과장 보도로 분위기를 띄우던 시진핑과 민영기업인 간 간담회가 종료됐다”며 “당초 이 모임은 경기 침체 장기화 와중에 민영기업을 억압하고 경제를 교란하던 시진핑이 해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고 했다.

리헝칭은 “하지만 시진핑은 좋은 말로 민영기업가들을 달래기는커녕, 무기력하고 횡포를 부리는 자신을 고치지 못했다. 심지어 당 중앙이 결정한 모든 것을 단호하게 실행해야 하며 타협할 수 없다고 말해 버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진핑이 집권 후 민영기업가들과 여러 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민영기업의 경영 환경은 늘 긴장돼 있었고 여러 민영기업가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호주 시드니공대의 중국 전문가 펑충이(馮崇義) 교수 X에 올린 글에서 “시진핑은 전형적인 전체주의자”라며 “그는 영향력 있는 사기업을 단단히 자신의 손에 쥐고 싶어 한다. 그래야만 자신과 전체주의 정당 국가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런 자리가 유익했다면 중국의 민영경제는 지금과 같은 곤경에 처하지 않았을 것”, “진짜 어려움에 처한 것은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이 아니라 수천만 개의 중소기업인데, 그들에 대한 정부 정책은 무엇인지”, “지난 3년간 되풀이된 공허한 이야기의 재탕”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그렇게 큰 기업을 운영하는 (민영) 기업가들이 시진핑보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까?”라며 “시진핑의 연설보다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며 우려를 불식시켜 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