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로 중국 기업과 가계가 외화 예금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민은행이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중국 내 외화 예금 잔액은 8924억 달러로 전월 8529억 달러에서 약 400억 달러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 외화 보유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대비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위안화는 1월에 1년 내 최저점을 기록한 후 반등했지만, 여전히 여러 요인으로 인해 평가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중 관세 인상이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이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이 미국의 세 번째 주요 수출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치는 위안화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양국 간 금리 차이도 주요 요인이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추고 있는 반면, 미국은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달러와 같은 외화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위안화의 평가절하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위안화 감소 수요가 전망된다. 러시아는 달러 패권에 맞서 전략적으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려왔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될 경우 위안화 결제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재 중국에서 연중 외화 환전이 증가하는 계절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에서는 개인당 연간 5만 달러까지 외화를 환전할 수 있는 한도가 있다. 일반적으로 연초에는 이 한도가 초기화되면서 외화 환전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ING은행의 린 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단순한 계절적 요인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화 예금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2월 초 “중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이를 수출 증가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강한 달러 정책을 유지할 것이며, 특정 국가가 인위적으로 통화를 평가절하해 무역에서 이익을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이 4월 1일 발표될 미국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감시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했다.
한편,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추가 관세 발표 이후에도 중국 정부는 즉각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위안화 가치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