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독감 유행세가 심각한 가운데 허베이성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병원과 화장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가 다시 퍼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은 전염 상황이 심각해 성의 최대 도시인 스자좡(石家莊)에서는 시신용 관이 품절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허베이성 탕산(唐山)의 주민 화(華)모씨는 “대형 병원은 환자로 넘쳐나 마치 시장처럼 붐비고 있다. 화장장도 시신을 모두 처리하지 못해 마치 종말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망자도 있지만, 주로 중장년층이 많이 사망하고 있다. 내 숙모도 지난주 토요일에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스자좡 시민 왕(王)모씨는 “최근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관 가격이 치솟고 있다. 평소 4천 위안(약 73만 원)이던 관이 현재 1만2천 위안(약 22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며 “그마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오전에 1만2천 위안에 거래되던 관이 오후에 1만3천 위안으로 오를 정도”라고 말했다.
당국은 화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허난성과 안후이성, 장시성 일부 지역에서 매장을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로 인해 장례용품 제조업체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장시성의 한 관 제조 공장 직원인 천(陳)모씨는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으며, 추가 인력까지 투입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장례용품 제조업체들이 늘어났지만, 최근 폭증한 수요에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천씨는 말했다. 그는 “우리 지역에만 관과 유골함을 만드는 업체가 7~8곳이 새로 생겼지만, 공급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천씨는 최근 전염병 사망자들이 과거 코로나19 유행 당시와 연령대에서 차이점을 보인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주문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비교적 젊은층 사망자가 늘어났다”며 자신의 주변에서도 40대 남성이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A형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독감 유행과 관련해 가장 떠들썩했던 일은 광둥성 주간지 ‘신주간(新週刊)’ 교정실 부국장 우위얜(吳玉燕)의 사망 사건이다.
우위얜은 “A형 독감과 B형 독감에 동시에 걸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회사 측 발표가 나고 며칠 만인 지난 4일 숨졌다. 앞서 2일 대만의 유명 연예인 서희원이 일본에서 독감 감염에 따른 급성 폐렴으로 숨진 사건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전해진 소식에 중국에서는 독감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우위얜이 1월부터 감기 증세를 보이며 병원을 오갔으나 2월 입원한 후에야 독감 진단을 받았다는 회사 측 발표를 접하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월 30일에는 중국 배우 양우성(樑祐誠)도 감기 증세를 보이다가 숨졌는데 A형 독감 합병증으로 인한 급사로 밝혀지는 등 유사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이어진 유명인들의 사망 소식에 A형 독감의 치명률이 높아진 것인지, 코로나19 감염 혹은 중국산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체계 이상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 의학 블로거 ‘린부리(林步里)’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훙수 게시물을 분석해 ‘코로나19 양성 진단 후 면역체계 질환이나 손상을 호소하는 글이 212만 건 이상 집계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