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글로벌 군사력과 국토안보 분야에서 선도국 지위를 유지해 왔으나, 전문가들은 중국 등 경쟁국 대비 미국의 군사력 현대화가 위험 수준으로 뒤처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국방 분야의 데이터 보안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재단·연구소가 발표한 ‘2024 국가안보혁신기반 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 미국의 국방 현대화 수준은 ‘D등급’에 그쳤다.
로저 자크하임 연구소장은 “중국이라는 경쟁자를 앞서기 위해서는 신기술을 국가안보 생태계에 통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레이건연구소 분석보고서는 “국방부(DoD)가 세계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탄약과 기타 군 장비의 유연하고 경제적인 생산을 가능케 하는 혁신적 제조공정 개발과 성숙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미국의 기술 개발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매년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군사력 현대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국방부가 요청한 2025 회계연도 예산은 8490억 달러를 상회했다.
피터 G. 피터슨 재단에 따르면 국방비는 연방정부 재량 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재단이 2월 발표한 분석에서는 미국의 국방 지출이 그다음으로 많이 지출하는 9개국의 합계보다 많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출과 현대화의 격차가 특히 미군 내에서 국가안보를 약화해 온 수년간의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앤서니 멜레 AMI글로벌시큐리티 대표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의 전투 교리가 DEI(다양성·평등·포용성)와 사회적 실험, 전투와 무관한 훈련 등 사회·정치적 우선순위에 가려져, 감투정신 함양에 투입할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미군과 연방정부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멜레 대표는 “국방 현대화를 위해 새로운 것을 만들 필요는 없다. 공중·지상·해상, 그리고 요즘에는 저궤도 우주 영역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군사력은 전쟁 승리뿐 아니라 전쟁 억지에도 필수적이다. 일부 국방 분석가들은 미군이 수년간 ‘억지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잠재적 적군과 비교해서 미군의 규모가 작고, 우려스러울 정도로 구식 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데서 일부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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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재단 국방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을 지낸 다코타 우드가 2024년 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전직 해병대원이자 핫게이츠컨설팅 대표인 우드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군이 30~40년 된 장비를 실전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모든 군 조직이 노후 장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종 무기체계의 발전을 고려할 때, 전차·함정·항공기 등은 각자의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후 무기가 적군을 상대로 어떤 성능을 발휘할지도 관건이다. 우드는 전투 유형과 적의 성격이 이를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차 대 전차가 아닌, 중장갑차량을 상대로 한 무인시스템의 새로운 활용을 목격하고 있다”며 “미 지상군도 이라크에서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었다. 이라크 반군은 미군의 중장갑차량을 상대로 급조폭발물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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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는 해군과 공군이 최근 수년간 육군과 해병대가 겪은 수준의 위협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해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노후 장비의 성능이 어떨지에 대한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30년 된 해군 함정이나 공군 전투기가 중국이나 러시아의 현대식 대함 미사일이나 어뢰, 최신 통합방공시스템을 상대로 얼마나 성능을 발휘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군의 무기체계와 지원 기술 현대화 노력은 수년간 더디게 진행돼 왔다. 지난해 워싱턴주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에서는 육군의 노후 장비 퇴역이 대규모로 이뤄졌다. 이 정리 작업에는 약 4억 1800만 달러 상당의 3만 3000여 점의 장비가 포함됐다.
미 공군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장비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11월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 공군은 A-10 선더볼트II 항공기 운용을 중단하고 “4세대 전투기 성능 개량과 4·5세대 항공기 통합 강화”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공군 장비 개선은 올해 1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현대화 사업은 최첨단 항공기를 통해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개선이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중대 문제인 지속적인 탄약 부족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멜레 대표는 “이런 첨단기술과 무기들이 있어도 총알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해 온 이 문제는 단기전에서도 막대한 양의 탄약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네이벌뉴스에 따르면 중동에서 후티 반군과 9개월간 전투를 벌인 미 해군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은 스탠더드 미사일 155발, 토마호크 미사일 135발, 공대공 발사체 60발, 공대지 무기 420발을 사용했다.
이는 단일 테러 조직을 상대로 한 소모량이다. 국가 간 전쟁이 발생할 경우 필요한 탄약량은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우려는 잠재 적국들의 탄약 비축량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5~6배 빠른 속도로 탄약과 무기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세르게이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장관은 국영통신 타스를 통해 포탄 생산량이 2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탄약 비축량은 논란과 우려의 대상이 돼 왔으나, 현재 보유량의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8490억 달러를 상회하는 2025년도 국방부 예산 요청액 중 298억 달러가 재래식 탄약과 정밀유도 시스템 등 탄약 분야에 배정됐다.
국내 탄약 생산 확대의 한 가지 걸림돌은 미국 산업계가 대규모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미 국방부는 단기간 내 미사일 생산 증대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실시한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충돌 시나리오 워게임에서, 20여 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 미국이 단 3주 만에 5000발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너드 J. 코진스키 미 공군 중장은 작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탄약 공급 부족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미국이 수십 년간 탄약을 포함한 전쟁 물자의 대량생산에서 비슷한 국력을 가진 나라와의 전쟁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멜레 대표는 국방부 지출이 재래식 전투에서 ‘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첨단 원격 무기체계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군 현대화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많은 전문가가 우드가 지적한 미국의 전쟁 억지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 이는 재래식 무기를 넘어 핵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는 “핵무기의 새로운 설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국은 거의 전적으로 현재 보유한 것을 유지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접근 방식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너무 오래 지속될 경우 적국이 미국 무기고의 실행 가능성과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억지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첨단기술이 국방 분야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새로운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이 첨단기술에서 뒤처져선 안 되지만, 멜레와 우드는 억지력이나 전투 수단으로서의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본질적 위험을 내포한다고 보고 있다.
멜레는 “현대화하고 미래를 내다봐야 하지만, 자위의 기본 원칙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모든 온라인 기술도 전기가 끊기면 소용없다. 그때는 석기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첨단장비 없이도 전투할 수 있는’ 능력 유지가 최우선이라며, 미국은 재래식 전투 능력이 부족하다고 피력했다.
이는 2000년대 초 이라크전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멜레는 미군이 우수한 기술과 무기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리스트들의 시가전 전술에 의해 큰 피해와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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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75달러짜리 급조폭발물(IED)이 우리 군대에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보라. 첨단기술도 저강도 전투에선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멜레는 AI와 같은 혁신 기술이 사용 방식에 따라 미국 방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진보된 AI 도구가 “군 지휘체계 내 특정인을 사칭하는 등 기만을 무기화할 수 있다”고 했다.
우드는 AI와 같은 신흥 기술이 미국의 국방 전략과 전투 준비 태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전신, 라디오, 비행기, 제트엔진, 로켓도 그랬던 것처럼 적들도 AI를 배치할 것이기 때문에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멜레와 마찬가지로 우드는 AI, 무인체계, 양자컴퓨팅, 초고속 무기가 재래식 군사 장비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사이버 도구는 영토를 점령하고 유지할 수 없다”면서 “재래식 전력을 훨씬 효과적으로 만들지만, 그 자체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고 따라서 적의 행동을 억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기술이 직접적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순 없지만, 일각에서는 양자컴퓨팅의 발전이 미국의 데이터 보안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능과 능력 면에서 양자컴퓨팅은 현저히 빠르며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보안 암호화 분야에서 디지털 산업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컴퓨팅의 도래는 데이터 보안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구글이 “실제 사용 가능한 대규모 양자컴퓨터로 가는 길을 열었다”며 양자칩 ‘윌로우’ 출시를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팅의 실현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양자컴퓨팅은 미국 정부와 군이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 기존 암호화 방식을 해킹할 잠재력이 있다. 경쟁국들의 동일 기술 발전도 또 다른 우려 사항이다.
2024년 11월 의회 보고서는 양자컴퓨터가 현재 기술로 저장된 기밀 정보나 통제된 비기밀 정보를 해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양자컴퓨터 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암호화 도구 세트를 발표했다.
NIST는 지난해 8월 보도자료를 통해 “양자컴퓨팅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10년 내에 현재의 암호화 방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장치가 등장해 개인, 조직, 국가 전체의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고 밝혔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