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시일 내에 회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된 유럽은 비상이 걸렸다.
유럽 정상들은 미국과 러시아 간 정상 회담에서 유럽이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될 처지에 놓인 데 대해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럽은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이 봉합될 경우 향후 역내 안보 위협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이를 경계해 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간) 파리에 유럽 정상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에는 영국과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등 주요국 정상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이번 주 러시아 관리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첫 평화 협상을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16일(현지 시간) 폭스 뉴스에 나와 이날 밤 사우디아라비아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위트코프 일행은 사우디에서 현재 중동 지역을 방문 중인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러시아 측 인사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나선다고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의 후속 조치다.
이번 논의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도출되면 이르면 이달 말 양국의 정상 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배제되는 듯한 상황이 지속하면서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등 주변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대화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가 언제 어떻게 협상에 참여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회담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금까지 진행된 회담도, 계획된 회담도 없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차단하고, 미국을 제외한 다국적군의 주둔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전후(戰後)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 등 일부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구상은 러시아에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논의는 원유 생산 이슈와 연계돼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고유가를 꼽았다.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이 원유 수출인 만큼, 원유 가격을 억제하면 러시아가 종전 협상에 응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지원을 위해 파병된 북한군 철수 문제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