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원하던 中…”우크라는 오랜 전략적 동반자” 발언 빈축

2025년 02월 17일 오후 8:31

중국 외교부장(장관) 왕이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미 전략적 협력 파트너”라고 발언해 그 배경을 두고 의론이 분분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된 중국이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내세워, 개입할 여지를 모색하려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몰아세우고 있는 러시아의 최대 후원자가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왕이 부장의 발언은 몰염치하다는 게 공산당 정권에 비판적인 중화권 네티즌들의 목소리다.

1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전날(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만나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중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미 전략적 협력 파트너였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왕이 부장은 “중국과 우크라이나는 2011년부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정상적으로 발전해 왔다”며 “어떤 나라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 기자들 앞에서 다시 한번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어떤 나라”가 정확히 어느 국가를 가리키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중국을 배제한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에포크타임스는 호주의 중국 평론가 위안훙빙 전 베이징 법대 교수의 NTD 인터뷰를 인용해, 왕이 부장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의 지시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미-러 회담을 중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팀에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훙빙 전 교수는 이러한 구상은 시진핑이 왕이의 국제 정세 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기획한 것이었으나, 왕이의 보고서 자체가 잘못된 분석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시진핑의 오판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왕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긴밀한 이익 관계로 얽혀 있고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호감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의 협상력을 경계하고 있으므로 중국이 미-러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정을 위한 협상 시작에 합의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양국 정상회담 장소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위안훙빙 교수는 “이 사건으로 왕이 부장이 시진핑에게 크게 질책을 당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중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강조한 왕이의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어떻게든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개입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지금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러시아를 지원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 내부에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전략적 파트너가 침략당했는데도 비난하지 않고 침략국(러시아)과 무제한 협력하더니 지금 와서 무슨 소리냐”고 꼬집었다. 이 글은 곧 삭제됐으나, 캡처한 이미지가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중국으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았는지 확인을 거부했으나 중국 중재자 역할과 관련해 “전혀 실행 불가능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