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인·테무 등 中 전자상거래 업체, 트럼프 관세에 공급망 이전 가속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10% 부과를 비롯해 대중 무역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쉬인, 테무 등 중국 저가 상품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이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다.
자국에서 과잉 생산된 제품을 해외로 사실상 덤핑 수출하는 역할을 해온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의 공급망 해외 이전으로, 고용 유지를 위해 대량 생산을 유지해야 하는 중국 당국의 어려움도 가중됐다.
미국 경제 매체 ‘쿼츠(Quartz)’는 최근 쉬인과 테무는 일일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10% 추가 관세가 시행된 이달 첫 주, 쉬인의 일일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평균 41% 폭락했다.
블룸버그 산하 데이터 분석업체 ‘세컨드 메저(Second Measure)’에 따르면, 테무도 상황은 비슷하다. 테무의 2월 첫 주 일일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평균 32% 감소했다.
두 업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액 택배 면세’ 정책 폐지를 우려하고 있다. 이 정책은 800달러 이하의 소액 상품이 관세 없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중국산 수입품 10%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중국 및 홍콩발 국제소포를 대상으로 소액 택배 면세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7일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소액 택배에 대해 면세 조치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에서 물밀듯 유입되는 수백만 개의 국제소포가 미국 세관에서 적체되면서 면세 폐지 실행을 보류했다.
미국 연방우정청(USPS) 등 관계당국은 새로운 세관 시스템을 구축한 후 중국·홍콩발 소액 택배 면세 폐지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숨 돌리게 됐지만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미국이 추가적인 대중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쉬인과 테무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향후 대중 관세 인상의 여지를 남겼다.
쉬인과 테무의 판매업체들은 평균 10% 수준의 낮은 이윤율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상품 재고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 공급망 다변화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25%, 중국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불법 입국자와 마약 밀수를 단속하겠다며 미국과 협상에 나섰고 시행을 1개월 늦출 수 있었지만 중국 제품에는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 조사 전문 기업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들은 “소액 면세 정책이 폐지될 경우, 해당 조항을 활용한 제품의 가격이 최대 25%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소액 면세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된 중국산 수입품 가치는 46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30%가 쉬인과 테무 제품이다.
쉬인과 테무는 관세 부담을 줄이고 플랫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망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쉬인은 베트남에서 생산을 확대하도록 공급업체들을 독려하고 있으며, 공급업체들을 위한 무이자 대출 및 추가 주문 보장 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테무는 일부 판매자의 재고를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해 부담을 덜어주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할인과 쿠폰을 제공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쉬인은 최근 일부 주요 공급업체들과 회의를 열고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하면 무이자 대출과 추가 주문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향후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공급업체들이 독립된 법인으로 등록하거나 홍콩 법인을 통해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산’ 꼬리표를 지우겠다는 의도다. 지난 2년간 미국 등 해외에 물류 인프라와 유통 센터를 구축한 것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쉬인, 해외 IPO 앞두고 타격…기업가치 25% 하락
쉬인은 해외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 시점이 겹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이 중국발 소포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한 후 쉬인의 IPO 예상 기업가치는 25% 하락했는데, 이는 2023년 IPO 추진 때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테무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판매업체가 가격 책정, 배송, 마케팅 등을 직접 처리하는 기존 모델을 점진적으로 폐기할 계획이다. 또한 공급업체들에 미국에 창고를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테무는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주문의 3분의 1 이상이 미국 내 재고를 보유한 판매자들에 의해 처리되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몇 달간은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조달하고 판매하는 ‘로컬 투 로컬(local-to-local)’ 프로젝트에 속도를 높여 왔다. 소액 면세 정책 폐지 및 대중 관세 인상에 대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로 인해 테무의 강점이었던 대규모 배송과 물류 처리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상실할 우려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