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면 동의?” 중국 네티즌, ‘틱톡·핀둬둬’ 강제 설치에 분노

강우찬
2025년 02월 17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5년 02월 17일 오후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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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x(취소) 버튼 눌렀는데 어느 새 설치”
“숨만 쉬어도 설치…모션 센스 민감도 최대치로 올린 듯”

중국 IT 기업들의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일부 네티즌은 자신의 동의 없이 스마트폰에 ‘더우인(抖音·틱톡의 중국 오리지널 버전)’과 ‘핀둬둬(拼多多)’가 자동 설치됐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핀둬둬는 중국산 저가 상품 쇼핑앱 ‘테무’의 모회사로, 동명의 자체 쇼핑 앱을 운영 중이다.

지난 14일, 중국 SNS 플랫폼 위챗(WeChat)의 한 사용자는 “나는 핀둬둬도 쓰지 않고 틱톡도 하지 않지만, 이 두 가지 앱이 내 스마트폰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며 분노를 담은 글을 게시했다.

해당 사용자는 “스마트폰에서 어떤 앱을 실행하든, 먼저 틱톡과 핀둬둬의 광고가 뜬다”며 “아무리 조심해도 클릭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이 이 두 앱의 설치 버튼으로 변해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닫기(X) 버튼을 눌렀는데도 어느새 ‘설치 확인’이 돼 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 황당한 경험도 소개했다. “이제는 ‘흔들면 설치’ 기능까지 추가됐다. 스마트폰을 살짝 흔들기만 해도 설치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며 “틱톡과 핀둬둬가 스마트폰 내부의 자이로스코프(움직임 감지 센서) 민감도를 최대로 올려놓는 바람에, 숨 쉬는 것만으로도 설치가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르면, 틱톡과 핀둬둬는 스마트폰의 미세한 흔들림을 ‘설치 동의’로 인식해 사용자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앱을 설치해버린다.

그는 어느 하루 외출을 했다가 집에 혼자 있는 노인이 걱정돼 스마트폰으로 CCTV를 확인하려 했으나 그 순간 틱톡과 핀둬둬를 설치하겠느냐는 광고 화면이 떠올랐고 당황하는 사이 자동으로 설치됐다고 했다.

“그 장면을 뻔히 보면서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 이 사용자는 “황급히 삭제했지만, 다시 앱을 실행하자 또 설치됐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네티즌 “나도 당했다”… 강제 설치 불만 쇄도

이러한 경험담이 공유되자, 다수의 네티즌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공감했다.

“나도 동의 없이 설치됐다. 지워도 계속 깔린다”는 댓글이 이어졌고, 또 다른 사용자는 “틱톡과 핀둬둬뿐만 아니라 다른 앱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식 공유 플랫폼 ‘즈후(知乎)’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폭주했다.

한 이용자는 “화면을 클릭하면 자동 다운로드돼서 피곤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흔들기만 해도 설치되는 수준이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중국 관할부서인 공업정보화부(工信部·공신부)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법적인 강제 설치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 사용자는 “공신부도 대형 IT 기업들의 자본 앞에서는 제대로 된 제재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흔들면 설치’ 기능은 스마트폰의 모션 센서를 활용한 광고 방식이다. 이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흔들기만 해도 특정 앱 다운로드 페이지로 자동 이동하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비슷한 기술을 적용한 ‘흔들면 광고’도 사용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중국 내 모바일 광고는 2021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왔다. 특히 앱을 실행할 때 뜨는 ‘오프닝 광고’는 닫기 버튼이 작거나 광고 페이지를 교묘하게 위장해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그 이후에 등장한 ‘흔들면 광고’는 더욱 악화된 형태로, 의도치 않은 움직임에도 광고가 활성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예전에는 앱을 열면 ‘함부로 클릭하지 마라’고 했는데, 이제는 ‘앱을 열면 움직이지 마라’가 되어버렸다”고 비꼬았다. 또한, 한번 광고가 실행되면 자동으로 앱이 설치되거나 다운로드 페이지로 연결되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중국 내 틱톡·핀둬둬 비판 확산

최근 중국 매체 ‘소후닷컴’이 발표한 ‘핀둬둬와 틱톡(더우인)의 악행 모음집’ 기사는 두 플랫폼의 문제점을 총망라했다.

기사는 핀둬둬가 가짜 상품 유통, 판매자 보호 미흡, 개인정보 무단 수집 및 오남용 등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고 분석했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에 대해서도 “틱톡이 사용자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해 맞춤형 콘텐츠 추천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상업적 이익과 정부 감시에까지 악용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틱톡과 핀둬둬를 향한 논란이 커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런 앱들을 스마트폰에서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