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독’이 될 수도…암 위험 높일 수 있는 3가지 영양제

엘런 완(Ellen Wan)
2025년 02월 16일 오후 12:27 업데이트: 2025년 02월 16일 오후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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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영양 보충제, 특히 비타민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 따르면, 베타카로틴이나 비타민 E, 비타민 B군과 같은 특정 보충제가 암 발병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카로틴

영양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뉴트리션 리뷰스’는 2023년, 8개의 무작위 대조 실험을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베타카로틴 보충제가 암 발생률에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흡연자에게서는 폐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22년에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베타카로틴 보충제가 폐암 위험을 16%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있었다. 특히 흡연자와 석면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 폐암 위험 증가율이 21%에 달했다. 따라서 암 예방을 목적으로 베타카로틴을 섭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직업별 비교 연구에서 의료 종사자들은 베타카로틴 보충제로 인한 건강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진 않았지만, 다른 직군에서는 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일반적으로 건강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의료 종사자들의 ‘생활 방식’이 이러한 차이를 불러왔을 거란 가능성을 제시했다.

2020년 국제전문학술지 ‘안티옥시던츠(Antioxidants)’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베타카로틴이 인체 내에서 ‘항산화제’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산화촉진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제기했다. 특히, 베타카로틴이 자외선으로 인한 발암 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는 심혈관 질환 및 암 예방을 위해 베타카로틴 보충제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한편, 2023년 영국 뉴캐슬대학교의 연구에서는 당근과 같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자연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암 발생률 감소와 관련이 있었지만, 베타카로틴 보충제 섭취는 이러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대만의 신장질환 전문 영양사인 린 스항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일 영양소 보충제의 용량은 종종 식품에 포함된 양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타카로틴 보충제보다 당근, 시금치, 호박, 감귤류, 멜론, 파프리카 등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자연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며, 이러한 자연식품은 항산화 물질을 제공하고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비타민 E

비타민 E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활성 산소 제거, 노화 방지, 면역력 증진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서는 비타민 E 보충제가 건강한 남성의 전립샘암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킬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에서 3만 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참가자들이 짧게는 7년, 길게는 12년 동안 매일 비타민 E를 400 IU씩 섭취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전립샘암 발생 위험이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9년 세포생물학 국제학술지 ‘셀즈(Cells)’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비타민 E와 항산화제 N-아세틸시스테인의 장기 복용이 폐암 전이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는 9건의 무작위 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심혈관 질환 및 암 예방 목적으로 비타민 E 보충제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대만 창겅기념병원 신장내과 교수이자 중독치료 센터장인 옌 쭝하이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타민 E는 강력한 항산화제이지만 과도한 섭취는 위장 출혈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 보조제가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므로, 비타민 E 보충제를 섭취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량 비타민 B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B6(하루 최소 20mg) 또는 B12(하루 최소 55mg)를 고용량으로 섭취한 남성들의 폐암 발생 위험이 비섭취자에 비해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발간 국제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됐으며, 50~76세의 미국인 771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비타민 B6 또는 B12를 보충 섭취한 남성들의 폐암 발생 위험률이 30~40% 증가했으며, 이 수치는 흡연자들에게서 특히 더 높게 관찰됐다. 반면 여성들의 경우, 비타민 B6, B9(엽산), B12 섭취와 폐암 발생 위험률 간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참가자들의 비타민 B6와 B12 섭취량이 미국 정부의 1일 권장섭취량(비타민 B6: 1.3mg, 비타민 B12: 2.4mg)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국제 암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비타민 B12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폐암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해당 연구는 5183명의 환자와 대조군의 비교를 통해 이를 확인했으며, 폐암 환자 2만 9266명과 대조군 5만 6450명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데이터 분석에서도 비타민 B12 수치가 높을수록 폐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공인 영양사인 천 샤오웨이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구 결론은 관찰 연구에 기반한 것이므로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현대인의 식단이 다양해지면서 적정량의 비타민 보충은 위험하지 않지만,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암 발병 위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비타민 B12를 포함한 영양제 복용에 신중해야 하며, 영양제 섭취 시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자연식품이 최고의 건강식품

옌 쭝하이 박사는 합성 비타민으로 제조된 보충제에는 흔히 부형제라고 불리는 ‘첨가제’와 기호도를 높이기 위한 ‘인공 색소’가 포함돼 있어, 사람들이 무심코 더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첨가제들은 법적으로 허용된 성분이지만,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신장 투석 환자, 중증 영양실조 환자,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없는 환자를 제외하고는 보충제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옌 쭝하이 박사가 “건강에 가장 좋은 식품은 언제나 자연식품”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전통 중의학 역시 이러한 철학과 일치해, 자연식품을 통한 건강 증진과 다양한 영양소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일본 규슈한방연구회 중의학 전문가 리츠가쿠 켄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식품은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이 풍부하며, 이러한 비타민은 다른 영양소와 시너지 효과를 내어 체내 흡수율과 활용도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옌 박사는 전통 중의학에서는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비타민’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통 중의학은 음식 섭취, 대사를 통해 생성되는 미세한 물질만으로도 인체에 영양을 공급하고, 활력을 유지하고, 체내 에너지 순환을 촉진하고, 내장 기능을 향상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대 영양학에서 말하는 비타민의 개념과 유사하다.

또한 옌 박사는 전통 중의학에서는 다섯 가지 맛(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과 다섯 가지 색(녹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의 균형 잡힌 섭취를 강조한다고 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체내 오장과 기운의 조화를 이루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원칙을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별도의 보충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한상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