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미중 관계, ‘신냉전’인가 ‘초한전’인가?

워싱턴의 대다수는 마지못해나마 마침내 중화인민공화국(PRC)이 위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은 로널드 레이건이 겪은 상황과 유사하다. 레이건은 1981년 취임 당시 미국이 전략적으로 불리한 시기를 겪은 후 커지는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해야 했다.
현재의 양상은 1945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과 소련이 벌인 냉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냉전 2.0’이라 부를 수 있을까?
때로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다. 지금은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선, 미국 인구의 상당수는 냉전이 끝났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 표현은 그들에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은 ‘냉전’이나 다른 유형의 전쟁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공산당(CCP)에게 전쟁은 그저 전쟁일 뿐이다. 총성이 없다고 해서, 물리적 타격을 주고받지 않는다고 해서 생사를 건 싸움이 아닌 것은 아니다.
중국공산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초한전(超限戰)’, 즉 한계가 없는 전쟁을 표방하고 있다.
소련은 냉전 시기에 펜타닐로 50만 명이 넘는 미국인을 죽일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10년간 이런 짓을 자행했다.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한 ‘마약 전쟁’의 증거가 속출해도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냉전과는 다른 양상
현재 중국과의 대결은 냉전 시기 미국이 소련과 벌인 갈등과는 다른 성격을 띤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특히 그 배후인 중국공산당의 성격과 중국의 경제력을 고려할 때, 과거 소련군보다 더 큰 군사적 위협이 되고 있다.
소련은 어떤 면에서도 경제 강국이 아니었고, 미국과의 교역도 미미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40년에 걸쳐 투자와 기술 이전,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안이하게 허용한 덕분에 세계적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이 중국의 제조업, 부품, 주요 광물, 의약품 및 기타 제품에 위험할 정도로, 심지어는 자멸적이라 할 만큼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군수 공급망마저도 중국과 깊이 얽혀있는 상황이다.
이는 소련과의 냉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미국과 서방 기술의 소련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COCOM(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 체제가 전면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의 미국 엘리트층 포섭은 소련이 달성했던 그 어떤 수준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얼마나 성공적인가? 앞서 언급한 중국산 펜타닐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대량 학살에 대해 의회나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어떤 처벌을 내렸는가? 전무하다. 이는 친중 로비 세력이 미 의회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과거 소련과 오늘날 중국의 국가적 목표도 다르다. 1970년대 이후 러시아는 자신들이 미국을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하의 중국공산당은 그들이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사실 시진핑은 미국을 중국의 세계 지배에 대한 주요 장애물로 보고,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의 또 다른 차이점은 러시아와 그 동맹국들에 있다. 냉전 당시 이들도 전복 활동과 테러리스트 및 반군 단체 지원을 통해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미국의 위상을 진정으로 위협하지는 못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쿠바 및 여러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들이 함께할 경우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이 첫 번째 냉전에서 ‘승리’한 후 자국의 방위력과 경제력 약화를 방치한 사이, 중국과 그 동맹국들은 전략적 이해관계를 일치시켰다. 반면 미국의 동맹국들은 지리멸렬한 상태다.
중국, 이란, 북한의 도움이 없었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금처럼 오래, 그리고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러시아와 북한이 주의를 분산시키는 사이에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대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공산주의 중국이 초래하는 위험을 이해하고 있다.
많은 국가안보 당국자들도 마찬가지다. 마이크 월츠, 마르코 루비오, 피트 헤그세스 등 트럼프의 최고위 국가안보 책임자들은 ‘힘을 통한 평화’를 믿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로로 트럼프 정부에 참여했는지 모를 ‘자제론자들’과 중국과의 ‘협력 선순환’을 주장하는 이들이 올바른 대중 정책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상황은 냉전보다 더 심각하다. 냉전이 오히려 그리워질 정도다.
오늘날의 대결을 뭐라고 부를지 고민하기보다는, 중국공산당이 제기하는 위협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미국을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지고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적어도 대다수의 미국인을 설득할 만큼은 하지 못했다. 이 문제를 말로만 다루어서는 안 된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을 폐지하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고위 장교들을 찾아 미군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산업과 제조 기반을 재건하고 국가 재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술에 취한 선원처럼 돈을 흩뿌리고 미국 통화와 이에 대한 세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짓은 그만하자.
중국의 약점인 무역, 기술, 인권, 공산당의 정통성, 신뢰도가 낮은 통화, 고위층 부패 등에서 압박을 가해야 한다. 또한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를 성장시켜온 자금 지원과 기술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
중국 시장으로부터 신속하게 벗어나야 한다. 디커플링은 필수적이다. 세계가 ‘자유 진영’ 무역 블록과 ‘비자유’ 국가들의 블록으로 나뉘도록 해야 한다.
중국 공산정권이 주적이다. 이들의 힘을 제거하면 러시아, 이란, 북한은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워진다. 그때까지는 이들 모두에게 포괄적인 압박을 가하고 절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중국공산당과는 어떠한 거래도 있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처한 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