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부통령 JD 밴스는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대규모 이민에 대한 유럽 동맹국들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밴스는 트럼프 정부가 유럽의 안보를 우려하고 있지만, 자신이 가장 우려하는 유럽에 대한 위협은 “러시아도, 중국도, 그 어떤 외부 세력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우려하는 것은 내부로부터의 위협, 즉 미국과 공유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들로부터 유럽이 후퇴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례들을 언급했다. ▲루마니아의 선거 취소 ▲소요 사태 시 소셜 미디어를 차단하겠다는 유럽연합의 위협 ▲반페미니즘 콘텐츠를 게시한 사람들의 가정을 급습한 독일 경찰 ▲코란 소각에 대한 스웨덴의 기소 ▲낙태 시설 외부에서의 묵언 기도를 범죄화한 영국의 사례 등이다.
그는 “영국과 유럽 전역에서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된다”고 말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웃기는 얘기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검열을 요구하는 가장 큰 목소리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바이든 정부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막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트럼프 정부는 정확히 그 반대로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유럽 각국은 우리가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워싱턴에는 새로운 보안관이 왔다. 도널드 트럼프의 리더십하에서 우리는 여러분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공론장에서 여러분이 그러한 견해를 표명할 권리는 끝까지 수호할 것이다.”
밴스는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유럽의 의지 부족을 신랄하게 비판한 후, 대규모 이민이라는 ‘대륙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이 대륙의 어떤 유권자도 수백만 명의 검증되지 않은 이민자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기 위해 투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민자가 폭증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나라(독일)에 사는 사람들 중 거의 5분의 1이 해외에서 이주해 왔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참고로 미국도 비슷한 수준이며,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유럽연합 외의 국가에서 EU로 들어온 이민자 수는 2021년과 2022년 사이에만 두 배로 증가했다. 그 이후로는 훨씬 더 높아졌다.”
밴스는 자신이 연설하고 있는 뮌헨에서 바로 전날 발생한 차량 공격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어린아이를 포함해 36명이 다친 이 사건을 대규모 이주의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언급하며 “너무나 자주 들어 온 끔찍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는 개탄을 이어갔다. “20대 중반의 젊은 남성인 망명 신청자가 이미 경찰에 신원이 파악된 상태에서, 군중 속으로 차량을 돌진해 한 공동체를 산산조각 냈다. 우리가 방향을 바꾸고 우리의 문명을 새로운 길로 이끌기 전까지, 이런 끔찍한 일을 얼마나 더 겪어야 한다는 말인가?”
밴스는 유럽 지도자들에게 유권자들의 우려를 무시하고, 특정 형태의 미디어를 금지하며, 일부 시민들과 정당의 선거 참여를 막거나 아예 선거를 중단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신성한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배제하기 위한 방화벽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여러분은 이 원칙을 지키거나 지키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두려워하지 마시라. 우리는 국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정치 지도자들과 다른 견해를 표명할 때조차도 그러하다.”
밴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최근 통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