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신화통신 기자 구완밍, 공개서한 발표 직후 당국에 체포
지난해 11월 징역 1년형 선고 알려져…퇴직연금까지 박탈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신화통신 전 기자가 징역 1년 형과 퇴직금 박탈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시진핑의 권력 이상설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0일 중화권에서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입을 통해 신화통신 전 기자 구완밍(顧萬明·74)의 근황이 전해졌다.
구완밍이 지난해 11월 상하이 민항구 법원에서 ‘소란 유발 혐의’로 징역 1년 형이 선고됐으며, 한 달 뒤에는 신화통신 측이 그의 퇴직연금을 박탈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본지 계열사인 NTD를 비롯해 미국 RFA 중국어판, 프랑스 RFI 중국어판, 대만 중앙통신사 등 복수의 중국 외부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중화권의 관심을 끌었다.
구완밍은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죽음에 관한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인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지난 2023년 10월 27일 리커창 전 총리가 상하이에서 돌연 사망하고 사흘 뒤인 같은 달 30일,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당국은 리커창 전 총리가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밝혔으나, 구완밍은 믿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 서한에서는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 원인을 조사해 달라”며 ▲조사 전까지 시신 화장 금지 ▲사인 조사를 위한 합동조사위원회 구성 ▲모든 관련자 조사 및 법적 책임 부과 ▲부검 실시 ▲장례위원회 구성 및 적절한 절차에 따른 장례 엄수 등 5개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구완밍은 서한에서 “리커창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관계자들은 정확한 사망 경위와 구급 과정을 해명하지도 않고 ‘심장마비’라고만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고 다수가 의구심을 제기했다. 사회적 의견 충돌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구완밍이 공개서한을 발표한 직후 공안 당국에 체포돼 구금 상태로 지내다가 소란 유발 혐의로 고소돼 징역형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RFA는 신화통신의 한 퇴직 기자를 인용해 구완밍이 처벌을 받은 것은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중앙 정부를 자의적으로 비판함으로써 당의 금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구완밍이 2023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체포됐다면, 상하이 법원에서 징역 1년 형이 선고된 지난해 11월에 풀려났어야 정상이다. 선고 전 구금 기간이 이미 1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신화통신 퇴직 기자는 “지금은 ‘반동 혐의’ 대신 ‘소란 혐의’라고 부른다”며 중국 공산당이 이러한 처분을 통해 관영매체 기자들의 남은 양심을 말살한다고 비판했다.
리커창 죽음 후 중국서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결과’ 소문
중국 평론가 차이셴쿤(蔡慎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리커창의 죽음과 중국 공산당 권력 암투에 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커창의 급사 후 중국에서는 사망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았다”며 “수명이 다해 죽은 것인지 아니면 내부 권력투쟁의 결과로 인해 ‘죽음을 당한 것인지’ 사람들은 수군거렸다”고 말했다.
에포크타임스 중국 전문가 궈쥔(郭君)은 “리커창의 사인과 별개로 그의 죽음을 통해 시진핑은 1인 독재 체제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궈쥔은 “시진핑이 권력을 독점하려 노력해 왔고, 최대 라이벌 중 하나는 리커창이 속한 공산주의청년단 파벌이었다”며 “총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리커창은 시진핑에게 치워야 할 장애물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궈쥔은 “중국 공산당은 구완밍의 퇴직금을 박탈함으로써, 관영매체 기자들을 비롯해 내부 구성원들에게 ‘최고 권력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경고를 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만큼 내부 단속이 쉽지 않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어 “베이징의 지인들에 따르면, 요즘 중국에서는 식사 자리에서 최고 권력자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욕설이 주요 화제”라며 “시진핑은 권력에 대한 독점을 강화할수록 오히려 주변의 적들에게 둘러싸이는 역설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차이셴쿤은 “올해 베이징에서는 시진핑이 중병을 앓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시진핑은 후계자 없이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측근들은 차기 권력을 두고 다투느라 분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시진핑이 집권 3기를 시작한 이후 당, 정, 군에서 그가 직접 발탁하고 승진시킨 심복들이 부패 혐의로 대거 숙청당하면서 시진핑 자신의 위상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궈쥔은 “공산주의 이념은 이미 유통기한이 종료됐고, 집권 정당성을 뒷받침하던 경제력은 소진됐다”며 “구완밍을 처벌하더라도 당의 통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내부 이탈자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공산당 체제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 선임기자였던 구완밍은 1978년 푸단대 언론학부에 입학, 1982년 졸업 후 신화통신에 입사했으며 광둥성 지사장을 지내고 2011년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