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금융리스크 커지는 中, 사상 최대 규모로 중소은행 합병

2025년 02월 13일 오후 1:20

전문가 “부실 대출 해결은 못해…더 큰 문제 은행 만들 것”

중국 금융당국이 ‘금융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방 소규모 은행들을 대거 구조조정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중국 금융당국과 은행 공시 등 공식 데이터를 분석해, 올해 1월까지 12개월 동안 290개 중국 농촌 은행과 농촌 신용협동조합이 지방 국유은행 등에 흡수 합병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소규모 은행은 4천여 곳으로 이 중 상당수가 지방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지방정부 역시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고 있어 이미 부실이 심각한 소규모 은행들의 위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은 “중국 소규모 은행 대부분이 단기 통화시장과 은행 간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고 있어, 이 중 일부가 파산할 경우 금융 안정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일종의 ‘빚 돌려막기’를 하고 있어 파산 도미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지방 소규모 은행들을 더 큰 금융기관에 대량으로 합병한 것은 이러한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부동산 시장 붕괴, 경제 장기침체 속 부실 대출이 급증하면서 중국 은행들은 규모가 작은 것부터 순차적으로 파산 위기를 맞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합병의 규모는 중국 금융 부문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담당하는 분야에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두드러지게 한다”며 “이전에는 보도된 적이 없었던 규모”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농촌 은행, 소규모 은행들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 전역에 광범위하게 운영되던 사회주의식 협동조합을 금융기관으로 전환한 것이다. 농부와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더 가까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중국의 농촌 은행(협동조합) 또는 소규모 은행은 약 3700개로 총자산 규모는 57조 위안(약 1경 1399조원)에 달한다.

이런 농촌 소규모 은행들은 중국 경제가 급속 성장할 때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당시에는 경제 활력에 힘입어 주먹구구식 경영과 임직원들의 횡령 등에도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이런 소규모 은행들은 부동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대출 업무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소규모 은행은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 상황에서 부실 대출의 급증에 취약성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뒤를 봐주던’ 지방정부마저 위기에 빠지면서 전국 수천 곳의 농촌 소규모 은행들이 금융 시한폭탄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3분기 중국 지방 상업은행의 부실대출 비율은 3.04%로 전체 은행권 비율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지방 상업은행은 그래도 규모가 있는 곳들이다. 소규모 은행의 부실대출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가 소규모 은행의 연쇄 파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향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은행 부문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로 유명한 브릿지워터와 UBS 아시아에서 분석가로 일했던 제이슨 베드포드는 중국의 대규모 소규모 은행 합병에 관해 “부실한 은행들을 통합해 그저 ‘큰 문제 은행’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예로 랴오닝성 정부가 2021년 6월 설립한 랴오선(辽沈)은행은 소규모 은행 2곳을 인수하면서 막대한 부실 자산을 승계했고 그 결과 부실대출 비율이 2022년 4.67%, 2023년 4.53%로 증가했다. 이는 도시 상업은행 평균 1.75%의 2.5배가 넘는다.

당시 랴오선은행 설립 소식은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에도 보도됐다. 관영매체를 그대로 인용한 이 보도에 따르면, 랴오선 은행 설립은 지방 중소규모 은행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은행 개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됐다.

신화통신은 광다(光大)증권 증권사 분석가를 인용해 “중국 경제가 고품질 발전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은행권 내부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중소규모 은행의 기업관리 능력 향상을 위한 조치라고 마치 전부의 개혁 조치인 것처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감독 관리 강화’라고 선전했지만, 실상은 부실대출 급증으로 인한 위기를 가리기 위한 조치였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분석업체 가베칼 드라고노믹스의 중국 연구 부책임자인 크리스토퍼 베드도르는 “문제는 소규모 지방은행이 난립해, 금융 당국이 모든 은행을 감독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은행을 합병해 은행 수를 줄이면 규제 당국이 더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전략으로는 부실 자산 문제 그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많은 문제가 누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