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루브르 박물관은 61만 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곳의 5대 명작 중 하나인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기원전 190년경에 제작된 고대 그리스 조각상이다. 고전적 아름다움과 우아한 곡선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박물관 내 드농관 계단 최상단에 웅장한 자태로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1884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처음 전시된 이래 대중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또한 학자들은 이 작품에 관한 연구에 몰두해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띠게 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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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의 정복과 승리의 신 니케(그리스어:Νίκη, 영어: Nike)를 형상화한 것이다. 우아한 깃털이 돋보이는 날개를 지닌 여신 니케는 티탄신족인 팔라스와 지하 강의 여신 스틱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신들이 벌인 전쟁에서 제우스의 편을 들어줬고, 이후 승리의 여신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고대에 널리 숭배됐던 니케는 수많은 조각, 회화, 장신구 등 다양한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루브르에 있는 이 작품은 가장 유명하면서도 장엄한 작품으로, 받침을 포함한 전체 높이는 5.5m, 여신 자체의 높이는 2.75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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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그리스 키클라데스 제도의 파로스 섬에서 채석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파로스 대리석은 순백색이며 미세한 결정을 가진 최고급 대리석으로 꼽힌다. 가장 유명한 비너스 조각상인 ‘밀로의 비너스(기원전 130~100년 추정)’ 또한 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수많은 파편으로 발견된 니케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1863년 터키 에게해의 바위섬인 사모트라케에서 발견됐다. 이 작품은 원래 ‘위대한 신들의 성역’이라 불리는 12개의 신전으로 이뤄진 고대 건축군의 언덕 비탈에 자리 잡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학계에서는 이 작품이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유래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위엄 있는 자태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제작된 지 수 세기 후 받침대에서 떨어져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고, 다시 발견되기 전까지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이후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고고학자인 샤를 샹푸아소가 110개의 파편으로 나누어진 니케를 발견했다. 이후 이 작품은 파리로 운반돼 재조립됐다.
니케의 왼쪽 날개는 대부분 온전한 상태를 유지한 채 발견됐지만, 오른쪽 날개는 일부 파편만 발견되고 대부분이 소실됐다. 학자들은 왼쪽 날개와 대칭이 되도록 석고로 오른쪽 날개를 만들어 붙였다. 이후 1870년대에 받침대가 발견돼 지금과 같은 모습이 완성됐다.
헬레니즘 예술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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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람보다 크게 만들어진 이 여신상은 그 규모로 보는 이를 압도하지만, 섬세하게 조각된 표면으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바람이 불어 다리를 휘감은 옷의 질감 표현과 정교하게 표현된 날개의 깃털은 마치 여신이 실존하는 인물처럼 느끼게 한다. 또한 양 날개의 각도와 한쪽 다리를 구부정하게 딛고 있는 모습은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 도약하는 듯 보인다.
기념비적인 복원 작업
2013년, 루브르 박물관은 작품 발견 150주년을 기념해 약 410만 달러를 투입해 18개월간 이어진 장기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복원 작업이 진행되기 전, 작품의 외관은 먼지와 오염물이 쌓여 누렇게 변색돼 있었다. 긴 시간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니케는 다시 눈부신 하얀빛을 되찾았다. 복원 작업에 참여한 고고학자 보나 웨스코트는 “조각상이 어두운 갈색빛에서 아름다운 반투명의 흰색으로 변했다”며 “복원 작업을 하는 방에 햇빛이 비치면 조각상 일부의 속이 비쳐 눈부시게 빛났다”라고 설명했다.
미스터리를 품은 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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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남아있다. 원래 작품이 위치한 공간이 실내였는지, 아니면 에게해의 바람을 꿋꿋이 이겨내며 서 있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니케의 왼쪽 날개의 깃털들은 다른 고대 그리스 예술품에 등장하는 깃털이나 실제 지중해 지역 조류의 깃털과 다르다. 복원 작업에 참여했던 웨스코트는 분실된 오른쪽 날개가 왼쪽 날개와 모양이 많이 달랐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녀는 오른쪽 날개가 바람이 불 때 깃털이 흩날리는 모습을 반영해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제작된 지 약 2200년이 지난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에서 전해지는 조각상 중 가장 유명하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비록 온전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 가치와 전통의 아름다움, 신비로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셸 플라스트릭은 뉴욕에 거주하며 미술사, 미술 시장, 박물관, 미술 박람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