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묘백묘론’ 다시 꺼낸 李…균형 맞추려 ‘주4일제’도 부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한 가운데, 실용주의 노선인 ‘흑묘백묘론’을 재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는 정치적 좌우 균형을 맞추고자 노동계가 염원하는 ‘주4일제 비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 탈이념·탈진영 실용정치만이 국민통합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자, 회복과 정상화, 성장과 재도약의 동력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실용주의 노선인 흑묘백묘론을 거론한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처음 흑묘백묘론을 꺼냈고 현재까지 해당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또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며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더라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대표가 흑묘백묘론과 주4일제를 동시에 거론하자 일각에선 다양한 해석이 뒤따른다. 그중 이재명 대표가 우파·좌파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고루 확보하기 위해 우클릭·좌클릭을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는 게 야당 측 전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논평에서 “준비된 지도자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지지한다”며 “반드시 민주공화국을 수호하고 대한민국을 재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여권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선 이재명 대표 발언에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는 모양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재명 대표의 연설은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며 “적반하장과 표리부동 그 자체다. 그동안 의회독재로 헌정 파괴에 대한 반성은 한마디 없이 적반하장의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주4일제에 대해 “핵심세력 민노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주 4일 주장도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기회마저 빼앗는 규제를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우리공화당도 “이재명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밝힌 먹사니즘은 노동시간 단축, 주4일제, 기본사회 등 좌파들 배만 채우고 떠나는 먹튀니즘에 불과하다”며 “국가경제와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재명에겐 오직 촛불세력들의 앞잡이 노릇만 하려는 모습만 드러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