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리얼리즘 미술

제17회 국제 ARC 살롱 공모전 수상자 발표

로레인 페리에(Lorraine Ferrier)
2025년 02월 10일 오후 3:48 업데이트: 2025년 02월 11일 오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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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수집가이자 아트 리뉴얼 센터의 창립자인 프레드릭 로스는 ‘ARC(Art Renewal Center)의 철학: 왜 리얼리즘인가?’라는 에세이에서 “최고의 미술은 사람을 눈물 흘리게 하고, 그 아름다움에 압도당하고 흥분하게 하며 일순간에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라고 썼다.

1999년에 설립된, 뉴욕에 본사를 둔 ARC는 전 세계의 리얼리즘 미술가와 리얼리즘 미술 교육을 지원하고 홍보한다. 또한, 이 비영리 단체는 주목할 만한 리얼리즘 미술 작품도 수집하고 있다.

2004년 첫 번째 국제 ARC 살롱 공모전에는 12개국 이상에서 1100개 이상의 작품이 출품됐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이한 이 대회는 87개국에서 5000개 이상의 작품이 출품되는 규모로 성장했다.

제17회 및 제18회 국제 ARC 살롱 공모전에서 수상한 100여 개의 우수 작품은 2026년 여름 뉴욕의 소더비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ARC 공모전과 소더비와의 관계는 그 명성을 증명하는 것이며, 최고의 리얼리즘 미술을 장려하기 위한 ARC 팀과 후원자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헌신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수십 년 동안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미술로 넘쳐나는 현대 미술 시장에서 리얼리즘 미술이 비로소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ARC 공모전 심사

미술학자이자 ARC 이사인 번 G. 스완슨은 최근 공모전에서 여러 부문을 심사했다. 그는 리얼리즘 미술가들이 출품한 작품의 수준과 다양성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본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그는 “ARC 살롱만큼 리얼리즘 미술의 범위를 강조하는 전시회는 거의 없으며, 그 어느 전시회도 이보다 더 규모가 크거나 포괄적이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쇼는 다양한 문화적, 민족적 미학의 힘이 총체적으로 발휘되는 축소판을 제공합니다. … ARC의 국제 살롱은 유구한 미술 세계의 핵심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작품상 ‘베스트 인 쇼’

지난 1월 7일, ARC는 제17회 국제 ARC 살롱 공모전 수상작을 발표했다. 맥어보이 재단에서 제공하는 25000달러의 ‘베스트 인 쇼’, 즉 최고의 작품상은 캐나다 아티스트 파벨 소코프의 ‘워칭 더 댄스(Watching the Dance)’가 받았다. 이 재단은 그들의 웹사이트를 통해 “뛰어난 기법을 사용해 시대를 초월하고 의미 있는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예술가를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파벨 소코프(캐나다)의 ‘워칭 더 댄스’, 2024년. 린넨에 유화, 36인치 x 24인치. 2025년 1월 7일, 아트 리뉴얼 센터(ARC)는 ‘워칭 더 댄스’가 제17회 국제 ARC 살롱 공모전에서 최고의 작품상인 ‘베스트 인 쇼’ 상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 아트 리뉴얼 센터 제공

소코프는 에티오피아 남동부의 외딴 오모 계곡에서 흥겹게 춤추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 다사네크족 소녀를 화폭에 담았다. 소코프의 능숙한 붓놀림은 이 화폭 위에 그날의 빛과 먼지 그리고 현장의 열기까지 실감 나게 표현했다. 햇빛이 소녀의 머리 꼭대기를 비추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민족의 의식에 대한 소녀의 경건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줄무늬 천을 허리에 묶어 치마처럼 입었고, 목과 팔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구슬 장식을 하고 있다. 소녀는 마치 함께 보자는 듯이 관객을 돌아본다. 소코프는 건조한 오모 계곡의 대기를 유리하게 활용했는데, 배경에 자리 잡은 부족민들을 덮은 뿌연 먼지는 그곳의 대기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그들이 제자리를 잡으려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어떤 이들은 바디 페인트로 장식을 했고, 다른 이들은 창을 들고 곧 있을 의식에 대비하고 있다.

‘와칭 더 댄스’는 소코프가 오모 계곡의 8개 부족에서 두 달간 생활한 후 2022년에 그린 ‘에티오피아 부족 이야기’ 시리즈의 일부다. 작가의 진술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전 세계의 전통문화 이야기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공유하려는’ 그의 작업 미션의 일환이다.

오모 밸리의 각 부족은 서로 다른 관습과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외부인과 거의 또는 전혀 접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코프는 각 마을의 텐트에서 잠을 자며 현지 가이드를 고용하는 등 최대한 각 부족에 몰입했다. 실제 인물들을 바탕으로 수많은 초상화를 그리고 각 마을과 그 주변 지역의 풍경을 그렸다. 그는 또한 참고 사진을 찍고 지역 유물을 구입했다.

소코프는 말했다. “저는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우리와는 매우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파벨 소코프

소코프는 1990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열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했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하고 재능이 탁월했던 그는, 17세 때부터 의뢰를 받아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소코프는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에 있는 왓츠 아틀리에 오브 더 아츠에서 공부했다. 타임지는 당시 24세였던 소코프에게 2014년 올해의 인물 2위 중 한 명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그려달라고 의뢰했다. 그는 또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사우디 왕족들을 그리기도 했다.

그의 ‘세계 이야기 컬렉션’과 ‘에티오피아 부족 이야기’ 시리즈는 전 세계의 전통문화를 포착하려는 그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 이제 소코프는 그의 열정의 붓을 ‘과학’을 포착하기 위해 휘두르고 있다. 그는 ‘그라비타스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획기적인 발견을 했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 20명의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부터 소코프의 그림은 유명 미술 대회에서 정기적으로 찬사와 상을 받아왔다. 가장 최근에는 바레인 왕세자가 그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해 황금 비자를 수여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유화 및 아크릴 화가 협회(NOAPS) 베스트 오브 아메리카 2024 대회에서 최우수 내러티브상을, NOAPS 베스트 오브 아메리카 스몰웍스 2024 대회에서 최우수 인물/초상화상을 수상했다.

소코프는 인스타그램에 제17회 국제 ARC 살롱 대회에서의 베스트 인 쇼 수상은 그의 경력에 있어 중요한 일이며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썼다.

그는 “에티오피아 부족 그림 중 하나가 이 상을 받게 돼 특히 의미가 깊다”며 “이 시리즈는 제가 추구하는 모든 것을 대변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종종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자신이 열정을 갖고 있고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공명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마주치는 것은 때때로 두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진정성이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창작하고 싶다면 자신의 호기심, 그리고 자신만의 것을 따라가야 합니다.”

소코프는 ‘에티오피아 부족 이야기’ 시리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집가의 거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저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작품입니다. 저는 그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제17회 국제 ARC 살롱 공모전 수상자 전체 명단은 ArtRenewal.org에 공개돼 있다.

*이혜영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