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中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실패…취소·중단 수두룩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글로벌 영향력을 위한 대표 프로젝트로 시작된 일대일로 구상(BRI)이 프로젝트 지연, 취소, 그리고 증가하는 미완성 프로젝트들로 인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2024년 말, 브라질은 인도와 이탈리아에 이어 ‘일대일로’로 알려진 시진핑의 대표적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와 거리를 두기로 결정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았지만, 브라질은 공식적으로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보다는 양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의 결정은 이 구상의 장기적 이익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2013년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시작된 일대일로는 결국 150개국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후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 재정적 구속, 부채함정 외교라는 비난, 그리고 중국의 확장되는 지정학적 영향력으로 인해 각지에서 광범위하게 반발이 일어났다. 그 결과, 여러 국가가 참여를 재검토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이라는 두 개의 주요 브릭스(BRICS) 경제국이 불참을 선택하면서 일대일로의 글로벌 신뢰도가 약화하고 있으며, 이는 인프라 외교를 통해 글로벌 무역을 재편하려는 중국공산당(CCP)의 야망에 또 다른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는커녕, 일대일로는 지연, 비효율, 실패로 점철된 프로젝트가 됐다. 원래 일대일로의 꽃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은 이러한 문제들을 잘 보여준다. 과다르 항구가 부실한 계획, 부패, 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카라치-라호르 고속도로와 카라치에서 페샤와르까지 이어지는 ML-1 철도 현대화와 같은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들은 중국이 파키스탄에 대한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서 미완성이거나 중단된 상태다. 중국에 690억 달러의 부채를 진 파키스탄은 이제 일대일로가 처음에 약속했던 경제적 번영 대신 무역 불균형 악화, 재정 불안정, 안보 위험에 직면해 있다.
CPEC를 넘어서, 다른 일대일로 프로젝트들도 거의 혜택을 주지 못했으며, 참여한 국가들을 이전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 인도네시아의 고속철도는 여전히 미완성이고, 케냐의 ‘무한철도’는 재정적 부담이 됐다.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파키스탄의 과다르, 방글라데시의 파이라 같은 항구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현지의 경제성장보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함반토타는 가장 악명 높은 사례 중 하나다. 경제적으로 무익한 사업이 될 거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스리랑카는 이 프로젝트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0억 달러 이상의 중국 차관을 받았다. 이 항구가 부채 상환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자, 스리랑카 정부는 2017년 중국 국영기업에 99년 동안 임대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사실상 핵심 해양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일대일로 또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며, 500억 달러 이상의 약속된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미이행 상태로 남아 있다. 로위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이 지역 최대의 인프라 자금 제공자이지만, 그들의 프로젝트 중 단 35%만이 완료됐다. 이는 일본의 64%와 아시아개발은행의 53%에 비해 낮은 수치다.
개발이라는 약속에 이끌린 라오스는 60억 달러 규모의 보텐-비엔티안 철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다. 하지만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했고, 이로 인해 2020년 자국 전력망 90%의 통제권을 중국에 넘겨주게 됐다.
일대일로의 그물에 걸린 많은 국가는 이러한 인프라 대출로 인해 중국공산당에 경제적·정치적으로 의존하게 됐다.
부채 외교 외에도, 중국의 전략은 과잉 생산품을 일대일로 파트너 국가들에 덤핑으로 떠넘기는 것이다. 캄보디아, 네팔, 미얀마의 시장은 저가 중국 상품으로 넘쳐 난다. 이러한 관행은 현지 산업을 약화하고, 혁신을 저해하며, 장기적인 경제적 의존을 초래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많은 일대일로 투자가 이중용도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어 중국이 민간 인프라를 군사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인도양과 그 너머로 전략적 거점을 확장하고 있다. 무역이라는 명목하에 건설된 항구와 철도는 군사 물류 허브로 사용될 수 있어, 일대일로 참여국가들의 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야기한다.
중국의 그물에 걸린 국가들에 있어서 중국공산당의 ‘우정’의 대가는 부채를 훨씬 넘어선다. 그것은 주권을 침식하고, 정책 선택을 제한하며, 경제적 의존을 심화한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라오스의 경험은 중국의 투자가 무거운 대가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일대일로는 발전을 촉진하기보다는 감당할 수 없는 부채, 미완성이거나 관리할 수 없는 프로젝트들만 남기고, 중국공산당에 대한 의존을 강요한다.
중국공산당은 계속해서 일대일로를 성공작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3년에는 터키와 케냐를 포함한 19개국에서 일대일로 참여가 완전히 중단됐고, 거래가 없었던 러시아는 2022년에 단 하나의 협정만을 체결했다. 2024년까지, 일대일로를 포함한 중국의 전체 해외 투자가 1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국가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중단했다.
해외 투자가 증가한 것은 첨단기술 산업 인수, 일대일로 체제 밖의 에너지 거래, 해외에서 운영되는 국영기업에 대한 자본 투입과 같이 일대일로와 무관한 것들 때문이었다. 또한, 2024년에는 전 세계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는 바람에 투자 수치가 부풀려져, 실제로는 원자재, 노동력, 에너지 비용 상승이 단순히 지출을 증가시켰을 뿐인데도 마치 중국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일대일로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중단되거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채무불이행을 막고, 대출을 구조조정하거나, 주요 지역에서 거점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을 수도 있다.
더 많은 국가가 일대일로의 위험을 인식하고 중국공산당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함에 따라, 이 구상은 더 이상 확장되지 못하고 곳곳에서 함몰 내지 붕괴하는 중이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