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놀라운 힘…말보다 중요한 대화의 기술

2025년 02월 09일 오후 1:19

우리는 넘치는 소음 속에서 살고 있다. 라디오, TV, 팟캐스트, 블로그 등 어디에서나 목소리가 쏟아지고,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려 한다. 여기에 우리 내면의 소음까지 더해진다. 생각, 계획, 걱정, 희망, 후회가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처럼 ‘제대로 듣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누군가의 말을 온전히 듣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는 대개 한쪽 귀로 듣고 다른 한쪽 귀로 흘려버리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상대의 말을 건성으로 듣곤 한다. 하지만 ‘경청’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경청은 일터와 가정, 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오해를 줄이고, 유대감을 강화하며,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쌓는 데 기여한다. 작가이자 연설가인 사이먼 시넥은 “경청이야말로 신뢰를 쌓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정치적 대립이나 국제 갈등에서도 합의점을 찾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경청을 배울 기회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피치 강의는 들어 봤지만 ‘경청의 기초’와 같은 강의를 접한 경험은 없다. 작가 M.M. 오웬은 “우리 사회는 ‘듣는 것’을 너무 평범한 것으로 여기고, 특별히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경청은 리더 혹은 멘토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일반인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은 아니라고 여긴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경청도 분명 연습이 필요한 ‘기술’이다. 주의 깊게 듣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는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 깨닫기 어렵다. 오웬은 “잘 듣는 법을 터득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청은 일종의 마법과도 같다. 듣는 이와 말하는 이가 함께 부드러워지고, 마음을 열며, 외롭지 않게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외롭지 않을 필요가 있다. 경청자가 되기 위한, 아래 몇 가지 팁을 공유한다.

‘경청’를 연습하라

자신의 말에 온전히 집중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깨닫고, 본인도 그런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20세기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창안한 ‘적극적 경청’ 개념을 접했다. 칼 로저스는 이를 심리 치료뿐만 아니라 일상의 핵심 기술로 보았다.

오웬은 로저스의 이론을 이렇게 설명한다. “적극적 경청은 말하는 이를 외롭지 않게 하고, 머뭇거리지 않게 하며,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핵심 요소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적극적 경청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인지적 요소: 표면적 메시지를 넘어, 말의 숨겨진 의도까지 온전히 이해하려 집중한다.
▲감정적 요소: 듣는 동안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때로는 상대방의 말이 불편하거나 감정을 자극할 수도 있지만, 이를 조절하고 공감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행동적 요소: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이 당신이 경청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야 한다.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화자를 향해 몸을 기울이는 등의 비언어적 표현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일상의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으로 바뀔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서로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상대의 말을 ‘반영’하라

대화의 ‘반영하기 기법’은 상대가 한 말을 요약하여 다시 반사하듯 되돌려줌으로써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받는 것이다. 임상 심리학자 알리마투는 이 방법의 여러 이점을 설명했다.

“당신이 진심으로 상대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조언하거나 중간에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공감과 이해의 능력을 활성화시킨다.”

마투는 이 방법이 오해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의 치료 경험에 따르면, 내담자의 말을 잘못 이해하거나 중요한 세부 사항을 놓쳤을 때, 자신의 이해를 소리 내어 말함으로써 즉각적인 명확화가 가능했다고 한다. 다만 상대의 말을 반영할 때는 최대한 공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왜곡하면 오히려 좌절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이 기법을 ‘상대방이 만족할 수 있도록 요약하기’라고 표현했다. 즉, 상대가 ‘그래,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게 바로 그거야!’라고 느낄 수 있도록, 그들의 표현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기중심적 반응을 피하라

경청을 방해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자아’다. 흔히 사람들은 대화 중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에 몰두하여 상대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지 못한다.

M.M. 오웬은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했다.

“나는 젊었을 때 대화를 좋아했지만, 사실 ‘말하기’만 즐겼다. 상대가 말할 차례가 되면 듣는 일이 귀찮게 느껴지곤 했다. 겉으로는 듣는 척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고, 공상에 잠기거나 과거를 회상하거나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자주 말을 끊는 습관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자아를 억누르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면, 공상에서 벗어나 상대가 실제로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그러나 자아는 더 미묘한 방식으로도 경청을 방해한다. 대표적인 것이 ‘전환 반응’이다. 이는 상대의 말을 듣긴 하지만, 그것을 자신과 연관 짓거나 자신에게로 초점을 옮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오늘 수도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왔어”라고 말했을 때, “정말? 나도 한번은 부엌 싱크대 하수구 고치는 데 3000달러나 들었어. 기술자가 하루 종일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마지막에야 겨우 해결됐는데…”라고 반응한다. 이는 겉으로는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대화의 초점이 순식간에 ‘나’에게로 옮겨지면서, 친구의 고민은 희석되고 만다.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라

수도 요금 문제를 이야기하는 친구의 말에는 단순한 사실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오늘 수도 요금이 많이 나왔어”라는 말은 표면적인 정보에 불과하지만, 그 이면에는 당혹감이나 답답함, 혹은 공감받고 싶은 감정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말의 표면적인 내용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전체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 M.M. 오웬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청이란 단순히 상대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깔린 감정과 태도를 읽어내는 과정이다. 때로는 말보다 감정 속에 진짜 메시지가 있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깊은 집중이 필요하다. 특히 머뭇거림, 중얼거림, 자세 변화 같은 비언어적 신호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무심코 흘려들으면,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의미를 놓칠 수밖에 없다.”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볍게 반응하는 태도는 상대가 마음을 닫고 점차 멀어지게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 기회가 촛불 꺼지듯 사라질 것이다. 이는 아예 듣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소개한 경청 기술이 완벽한 것은 아니며, 이를 실천한다고 해서 즉시 훌륭한 청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더 깊이 듣고, 더 잘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 언젠가는 값진 결실을 맺을 것이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이렇게 말했다. “임상 실습 때, 지적 능력이 낮거나, 다양한 병리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내가 그들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했을 때, 그들 역시 충분히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적 능력이 그들보다 더 뛰어나거나 유능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온전히 집중해 듣는 일은 단순한 소통을 넘어, 세상을 더 깊고 풍요롭게 이해하게 해준다. 이는 우리 사회의 단절과 갈등을 치유할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한상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