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의 치유력] ④ 분노, 심장을 망가뜨리는 독(毒)

마카이 앨버트(Makai Allbert)
2025년 02월 14일 오전 10:28 업데이트: 2025년 02월 14일 오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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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비용도 들지 않는, 단지 약간의 관점 전환만이 필요한 약이 있다면? ‘()의 치유력 시리즈에서는 선량한 행동과 건강 사이의 잊혀진 연결고리를 살펴본다  번째 순서로분노’와 ‘원한’이 우리 삶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알아보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아본다<편집자주>

분노와 원한은 삶의 질을 갉아먹는다. 이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아본다.

어린 아들에게 성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친 아버지의 일화가 있다. 아버지는 성질 급한 아들에게 못이 든 봉지를 건네며 화가 날 때마다 뒷마당 울타리에 못을 박으라고 했다. 열심히 못을 박던 소년은 울타리가 금세 못투성이가 된 걸 보았다. 얼마 뒤 아버지는 아들에게 하나씩 못을 뽑아보라고 했다. 못을 뽑자, 울타리에는 구멍들이 남았다.

“이 구멍들은 너의 분노와 원망이 남긴 상처와 같단다. 분노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지만, 그 흔적은 영원히 남는 법이지.”

분노는 우리 마음뿐만 아니라 육체에도 상처를 남긴다. 다행히도 이를 치료하고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

분노가 심장을 좀먹는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로버트 엔라이트 교육심리학 교수가 진행한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용서와 화해를 연구해 온 그는 심장병 환자 17명을 대상으로 분노와 용서가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환자들에게 아직도 용서하지 못한 과거의 부당한 일들을 떠올려보게 했다. 그 순간 의료 장비는 놀라운 변화를 포착했다. 환자들의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류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원한을 품을 때 마음이 닫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엔라이트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분노를 줄이면 심장을 보호할 수 있고 심장병 환자의 흉통과 돌연사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심장학회지에 실린 메타분석 결과는 더욱더 충격적이다. 분노와 적대감이 강하면 건강한 사람도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19%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그 위험도가 24%까지 치솟았다. 2024년 한 연구는 지속적인 분노가 혈관 기능을 심각하게 손상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엔라이트 교수는 임종시설에서 만난 80대 여성의 사연을 들려줬다. 40년이 넘도록 가족에 대한 원한을 품고 살아온 여성이었다.

“생각해 보세요. 그 원한은 애초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희망과 기쁨을 앗아갔을 뿐이죠.”

소리 없이 스며드는 독, 원한의 실체

순간적으로 타올랐다 사그라지는 분노와 달리, 원한은 서서히 스며드는 독과 같다.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분노라는 방패를 든다. 이것이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나를 대할 순 없다’는 생각으로 화를 내는 것은 일시적으로 힘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엔라이트 교수는 이런 감정이 결국 ‘마음속 불청객’으로 자리 잡는다고 경고한다.

원한(怨恨)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다시 느낀다’를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resentir’에서 비롯됐다. 이는 원한의 가장 큰 특징인 ‘반추(反芻)’를 정확히 보여준다. 반추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매몰돼 그것을 계속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원한에 사로잡힌 이들은 같은 상처를 끊임없이 되새긴다. 철학자 아멜리 로티는 이를 “과거의 굴욕과 모욕, 상처를 끝없이 씹어 넘기다 보면 그 쓴맛마저 달콤하게 느껴지는 상태”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반추는 몸 전체를 옥죄며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그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수치가 치솟고, 면역력은 급격히 떨어져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

더 나아가 우울증, 분노 조절 장애, 공격적 성향, 심지어 자살 충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원한은 고착된 감정이기에 자석처럼 다른 원한들을 끌어들인다”는 케리 하웰스는 저서 ‘당신을 얽매는 것들을 풀어내기’에서 설명한다. “현재의 원한을 곱씹다 보면 전혀 관련 없는 과거의 상처들까지 떠오르게 되죠.”

통합의학 전문의 앤 코슨 박사는 깊은 원한을 가진 환자들의 특징적인 패턴을 지적한다. 이들은 직장, 인간관계, 심지어 자기 신체까지 모든 면에서 불만을 느끼며, 이는 다시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원한은 하나의 세계관으로 자리 잡는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여기고, 세상을 근본적으로 불공평한 곳으로 인식하게 한다. 때로는 특정 개인이 아닌 자신의 처지나 운명 자체를 원망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원한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가족과 지역사회로 전파된다는 점이다. 엔라이트 교수는 “원한은 유전된다”며 “부모가 보이는 원한의 감정과 행동은 자녀들에게 그대로 학습돼 세대를 거쳐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원한의 사슬을 끊기 위한 해법

그렇다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이 불청객을 어떻게 내보낼 수 있을까?

중독 치료 전문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 라이언 블랙스톡 교수는 원한을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그 뿌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원한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원한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모든 원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엔라이트 교수는 원한 관리를 위한 ‘4단계 용서 과정’을 제시한다. 발견, 결정, 실행, 그리고 깨달음의 단계다.

우선 발견 단계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받은 상처를 인정하며, 원한이 삶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한다.

엔라이트 교수는 아버지에게 깊은 상처를 받은 한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녀는 상담 과정에서 오랫동안 품어온 원한이 자신의 인간관계를 망가뜨리고, 자존감을 갉아먹으며, 미래마저 어둡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자각은 쓰라린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됐다.

결정 단계에서 그녀는 용서를 선택했다. 이는 아버지의 잘못을 면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속박하는 쓰라림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단이었다. 분노에 매달리는 것이 결국 자신의 고통만 연장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엔라이트 교수는 용서야말로 원한이라는 병의 ‘특효약’이라고 강조한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용서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관상동맥 질환의 주요 지표인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혈압도 안정적이며, 스트레스에 대한 심장 반응도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서를 결심한 후에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여성은 아버지의 과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그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발견했다. 이는 아버지의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았지만, 원한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무디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해는 연민으로 이어졌고, 점차 원한을 녹여내는 데 도움이 됐다.

마지막 깨달음의 단계에서 그녀는 자신의 고통에서 의미를 찾아냈다. 그녀는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돌보기로 결심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헌신적으로 간호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녀가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라며 엔라이트 교수는 당시를 회상한다. “이렇게 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결국 그분은 제 아버지니까요. 용서하지 않았다면 제 마음속엔 슬픔과 증오가 함께 있었겠지만, 이제는 순수한 슬픔만이 남았어요.”

코슨 박사는 원한이 풀릴 때 비로소 몸과 마음, 영혼이 치유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감사함으로 채우는 마음의 공간

용서가 원한의 치료제라면, 감사는 최고의 예방책이다. 감사 연구의 권위자 하웰스는 “감사와 원한은 우리의 일상적 관계 속에서 공존한다”라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이 좋은 환경이 주어져야만 감사할 수 있다고 믿지만, 하웰스는 이것이 오해라고 지적한다. 그는 완벽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감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원한으로 물든 삶의 영역에 대해서도 하웰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원한의 끈을 조금만 느슨하게 해도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감사할 거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아직 원한에 물들지 않은 삶의 영역에서 감사함을 실천하면서 힘을 키우면, 결국 원한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강인함이 생긴다고 한다.

블랙스톡 교수는 흥미로운 비유를 든다. “우리의 감정적, 심리적 에너지를 파이 차트라고 생각해 보세요. 이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습니다. 원한이 차지하는 조각이 커질수록, 다른 감정들이 들어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죠.”

따라서 감사함을 키우는 것은 원한이 우리 마음의 파이를 잠식하는 것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감사는 행동으로 옮길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라고 하웰스는 강조한다. 그는 일상에서 쉽게 감사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찾아 자주 떠올리고, 기록하고, 말로 표현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

코슨 박사는 단언한다. “원한을 품고서는 결코 온전한 치유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엔라이트 교수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습니까?”

그는 우리 앞에 놓인 두 갈래 길을 제시한다. 하나는 분노와 원한을 물려주어 다음 세대까지 부정적 감정의 순환을 이어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용서와 사랑이라는 선물을 남겨 가족들의 마음에 따뜻함과 자비를 심어주는 길이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한교진 기자가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