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미-중-러 3자 협상 제안 지시…중국 영향력 오판”

전 베이징 법대 교수, 내부 소식통 인용해 주장
中 공산당, 트럼프와 협상 카드 마련 위해 격론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요 카드로 사용하려 한다고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평론가인 위안훙빙 전 베이징 법대 교수는 중국공산당 내부의 양심적 인사들을 인용해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를 어떻게 다룰지 공산당 내부에서 격론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위안훙빙에 따르면, 시진핑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왕이 외교부장(장관)으로부터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분석을 보고받고 트럼프에게 제시할 방안을 구상했다. 중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중재하며, 미국-중국-러시아 간 3자 협상을 중국에서 개최하겠다는 내용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중국 정보기관을 통해 입수한 바에 의하면, 푸틴은 현재 트럼프 측과 비공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트럼프에 대한 강한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
‘푸틴은 개인적으로 트럼프를 흠모하고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하며, 트럼프가 매우 활력적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념과 가치 측면에서도 트럼프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푸틴에 대한 왕이 외교부장의 설명이다.
또한 푸틴은 젠더 이념 확산, 전통적 가치관 전복 등 미국에서 번지고 있는 극단주의를 바로잡으려는 트럼프의 시도에 대해서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위안훙빙은 “이러한 분석은 평소 푸틴의 입장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권위주의 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전통적 가치와 정신을 복원하려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 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전통적인 러시아 정신 및 도덕적 가치의 보존 및 강화를 국가 기본 정책으로 승인하는 대통령령’을 발령했다. 전통적 가치로 국가를 통합하는 동시에 극단주의와 파괴적인 이념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국가 발전을 이룬다는 취지다.
왕이 부장은 푸틴과 트럼프 사이에 존재하는, 중국이 파고들 만한 간극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푸틴은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러-우 전쟁 휴전 협정을 러시아에 유리하게 체결하려고 하지만, 트럼프에게 오히려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안훙빙은 “시진핑은 이러한 보고를 근거로, 미-중-러 3자 협상을 중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트럼프에게 제안하라고 왕이에게 지시했다”면서도 “하지만 베이징 관료사회에서는 시진핑의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은 자신 만의 세계에 갇혀 있으며, 자신의 리더십으로 중국이 미국에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으나 베이징 관리들은 이러한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