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 위협하는 ‘수면 무호흡증’…알츠하이머 확률 높인다

수면 무호흡증은 단순히 숙면을 방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질환이 기억력과 관련된 뇌 구조를 변화시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이 밝혀졌다.

중남미계 노인 약 3000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심한 수면 무호흡증을 겪는 사람들은 기억력과 관련된 뇌 영역에서 염증을 포함한 뇌 구조 변화를 보였다.

다만 수면 무호흡증과 뇌 구조 변화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수면 장애와 산소 부족이 뇌 위축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한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오히려 뇌 조직의 부종을 유발할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수면 무호흡증이 뇌 구조에 미치는 영향

수면 무호흡증이 뇌를 변화시킨다는 과학적 증거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

올해 1월 14일, 국제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이 발표한 최신 연구는 수면 무호흡증이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참가자들의 뇌 스캔을 분석한 후, 10년 후 재검사를 통해 변화 양상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심한 수면 무호흡증을 겪거나 수면 중 산소포화도가 낮은 참가자들에게서 해마가 비대해지고 백질 병변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러한 변화는 인지 기능 저하 및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고 만드는 뇌의 핵심 부위다. 백질은 뇌의 5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신경 조직으로, 이 부위에서 발견되는 병변은 대개 뇌 혈관의 손상을 의미한다.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한 불규칙한 공기 흐름은 산소 부족을 초래해 뇌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신경과학회 회원이자 마이애미대학교의 알베르토 R. 라모스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만성적인 저산소증과 수면 패턴 교란은 염증, 부종, 혈관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뇌에 스트레스를 가하고,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 신경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증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 중 시간당 30회 이상 호흡이 중단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정상은 시간당 5회 미만이다.

수면과 알츠하이머병, 그리고 연약한 해마

해마와 그 주변 뇌 영역은 수면 중의 산소 부족에 특히 취약하다. 이는 이 부위가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쉽게 손상되는 작은 혈관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해마는 알츠하이머병의 영향을 받기 쉬운 뇌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해마는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며, 다른 뇌 영역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전 연구들에서도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한 해마 변화가 관찰됐다. 2018년 ≪뉴로이미지: 클리니컬(NeuroImage: Clinical)≫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가장 흔한 형태인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이 해마의 부피 증가 또는 감소를 초래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해마의 부피 증가는 ‘염증 반응’과, 부피 감소는 ‘조직 손실 및 위축’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중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이 해마 비대 및 경도 인지 장애(MCI)와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또한 수면 무호흡증 외에도 수면 호흡 장애(SDB)가 알츠하이머 관련 뇌 변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형성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라모스 박사는 이에 대해 “이번 연구의 주된 목적은 아니었지만,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 손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깊은 수면이 뇌 건강 유지와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반대로 수면의 질이 나쁘면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포함한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뇌의 노폐물 제거 시스템은 수면 중에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수면 무호흡증의 조용한 위험

라모스 박사는 “뇌 변화를 줄이고 뇌 건강 보호를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80~90%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심한 코골이가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환자가 코를 골지는 않으며 반대로 코골이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수면 무호흡증을 확진하는 유일한 방법은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라는 전문적인 수면 검사를 받는 것이다.
낮 시간 심한 졸음이 찾아오거나, 숨이 막혀 갑자기 깨거나, 기억력 저하, 감정 기복, 야간 빈뇨(잦은 야간 소변) 등의 증상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치료와 건강한 수면 습관으로 추가적인 뇌 변화를 막거나 늦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미 발생한 뇌 손상이 회복될 수 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은 수면 중 지속적으로 공기를 공급해 기도를 열어주는 양압호흡기(CPAP) 사용이다. 이 외에도 기도를 열어주는 마우스피스 형태의 구강 장치나, 경우에 따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체중 감량, 금연, 진정제와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는 등의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수면의 질을 높이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한상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