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정부 ‘동네 감독관’ 도입…“마오쩌둥 시절 인민독재 부활”

2025년 02월 05일 오후 5:51

중국 지방당국이 이웃끼리 서로 감시하고 신고하도록 하는 ‘이웃 감독’ 시스템을 출범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대혁명으로 돌아가는 것인가”라며 사생활 침해라는 비난이 나온다.

최근 중국 소셜플랫폼에 10여 명의 여성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차와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담겼다. 뒤쪽 세워진 스크린에는 ‘쓰밍(思明)구 중화가도 전하이(鎮海) 사구’라는 지역명 아래에 큰 글자로 ‘근린(동네)감독공작실’이라는 모임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가도(街道)와 사구(社區)는 중국의 행정단위들이다. ‘쓰밍구 중화가도 전하이사구’를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쓰밍구 중화길 전하이동’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즉 사진 속 장면은 통반장 정도 되는 아주머니들이 동네 감시단을 설립하고 기념하는 모습이다.

쓰밍구는 푸젠성 남부의 항구 도시 샤먼시의 한 구(區)이다. 샤먼시의 중심지인 샤먼섬 남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의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됐지만, 샤먼시에서 동네 감시 제도가 시행된 것은 2023년 5월이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동네 감시 제도는 기층 통치 정책의 일환이다. 일부 주민을 동네 감시관으로 임명해 쓰레기 불법 투기와 소란 등 질서 문란 행위를 감시하도록 한다.

또한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이들 감시관은 관할 세무서 공무원의 세무 집행도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샤먼시 통안구에서만 307명이 ‘동네 감독관’으로 임명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조치가 이뤄진 지역이 푸젠성이라는 점이다. 푸젠성은 예부터 중국에서도 해외 진출이 활발한 지역으로 유명했다. 외국 여러 지역 차이나타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 향우회 중에는 유독 푸젠성 출신 이민자들이 설립한 모임이 많다.

이러한 향우회와 이민자 조직은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중국 공산당이 외국 정부의 승인 없이 통제력을 외국으로 확대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 스페인 소재 국제 비정부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폭로로 국제적 반향을 일으킨 중국의 비밀 해외 경찰서 역시 푸젠성 푸저우시 공안국 등 중국 지방정부 공안부서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또한 2023년 4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중국 비밀 경찰서 관계자 2명 중 한 명은 푸젠성 출신 향우회장으로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조직이 각국 현지법을 위반한 불법적인 법 집행 기관이라는 점을 부인하고, 현지 중국인이나 중국계 이민자들에게 행정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외교 공관이 담당해야 할 업무를 공관 외부에서 처리하는 것 역시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는 현지에서 주민들을 감시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추적하거나 심지어 회유, 협박해 본국으로 송환하는 인권탄압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이처럼 중국 공산당 당국이 본토 너머 해외에서까지 자국민 혹은 자국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하는 것은 체제 자신감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사 평론가 싱톈싱은 “동네 주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이웃을 감시하고 신고하도록 한 제도는 주민들에게 겁을 주고 정권에 따르게 하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통제의 고삐를 잡아당길수록 사람들의 반감과 정권에 대한 혐오감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평론가 탕징위안은 “‘동네 감독’은 마오쩌둥 시대의 ‘펑차오(楓橋)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펑차오 경험은 1960년대 저장성 닝보의 펑차오에서 이뤄진 ‘주민 상호감시’를 가리킨다.

마오쩌둥은 1962년 “인민과 당에 의한 독재”를 강조하며 반동세력(사회의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이들)에 대해 “적절한 방법으로 개조해 새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로 인해 펑타오에서는 주민들 스스로 반동세력을 색출하고 ‘개조’하는 관행이 시작됐는데 이것이 펑차오 경험이다.

탕징위안은 “당장은 사람들이 통제에 따르겠지만 인터넷을 통한 정보 소통이 활발한 오늘날 이런 인민독재식 감시와 통제가 오래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